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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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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내리자 보험업계 ‘철렁’…수익성·건전성 적신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01 10:08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재차 인하
예정이율 내려 보험손익 저하 예상
부채 늘어 건전성 방어에도 비상
장기채 매입 확대…ALM 전략 강화

보험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당장 보험사 수익성에 적지 않은 영향이 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하면서 보험업계가 수익성에 타격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대다수 보험사가 건전성 방어에 열중하고 있는 가운데 지급여력(K-ICS, 킥스)비율 악화도 예견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5%로 종전 대비 0.25%p 인하했다. 지난 2월에 이어 석달 만에 금리 인하 단행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당장 보험사 수익성에 적지 않은 영향이 갈 것이란 분석이다. 금리 하락은 예정이율을 내리면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고, 이는 보험 수요 위축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예정이율은 보험료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이자율로,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고 보험금을 수령하는 기간 동안 보험사가 투자 수익을 통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률을 적용한다. 즉,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이나 환급금을 계산할 때 예정이율이 높을수록 계약자가 받는 보험금이나 환급금이 많아진다. 반면 예정이율이 낮을수록 보험료가 높아지게 된다.


가입자가 새로운 가입을 꺼릴 경우 보험사로선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고 보험 신계약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공시이율 연동으로 해지환급금이 감소할 경우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많아질 수 있다.




저금리 환경에선 채권 등 안전자산의 이자수익도 줄어든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수익률이 하락해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확정금리형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는 고객에게 약속한 최저보증이율을 유지해야 하는데, 채권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건전성 방어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2023년 도입한 새 회계제도(IFRS17)에서는 보험부채의 현재 가치를 산정할 때 시장금리를 할인율로 사용해 평가한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할인율도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보험부채 평가액은 늘어나는 구조다. 부채 평가액이 늘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 자본(요구자본)을 쌓아야 한다.


이에 자연스럽게 킥스비율도 하락하게 된다. 킥스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요구자본이 커질 수록 가용자본이 줄어드는 것이다.


발언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9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2.75%에서 2.5%로 인하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문제는 최근 회계제도 변경과 할인율 현실화 정책까지 시행되면서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이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보험사의 킥스비율(경과조치 적용 후)은 206.7%로 전분기 말과 비교해 11.6%p 하락했다. 생보사의 경우 킥스비율이 전분기 대비 8.3%p 감소한 203.4%, 손보사는 16%p 하락한 211%를 기록했다. 보험사들은 지난 1분기에도 금리 하락 영향에 킥스 비율이 1~10%p 가량 하락했다.


업계는 자본성증권 발행을 이어오며 가용자본 확대 전략을 취했지만 금리가 추가로 하락하면 또 다시 보험부채 증가와 가용자본 감소를 겪게 된다. 보장성 보험 판매 중심으로 체질개선에 나서왔기에 보험금 증가 등 요구자본도 함께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런 영향은 특히 중소형사에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사의 경우 금리로 인해 나타나는 영향을 상쇄할만한 체력이 되지만, 중소형사는 자본 유지에 있어 어려움이 커질 수 있어서다. 업권별로는 생보사가 더 치명적이다. 한국기업평가의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금리 민감도 점검' 보고서를 보면 금리가 0.5%p씩 하락할 때마다 생보 16곳의 지급여력비율은 14%p, 손해보 10곳은 비율은 11%p 하락한다.


보험사들은 보다 세밀한 자산부채관리(ALM) 전략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금리 하락에 대응해 장기채 매입을 크게 확대했고 향후에도 장기채 매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기채 매입은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갭을 줄여 균형을 잡는 효과가 있다.


업계는 주로 장기채 매입 확대나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 계획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인공지능 기반 자산부채관리(ALM) 등 정교한 리스크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순이익 감소와 부채 할인율 현실화 등 업황이 좋지 않은데 금리 인하까지 더해지면서 장기채 매입 등으로 대비하는 추세"라며 “생보사의 경우 손보사보다 금리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여 건전성 방어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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