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에너지는 경제, 산업, 기후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28 10:59

신동한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신동한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신동한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는 우리 사회와 현시대의 주요 의제가 쟁점으로 등장하고 그에 대한 제 정당과 후보의 견해가 공표되어 서로 토론하고 유권자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경쟁하는 한마당이다. 이번 선거는 워낙 정치적 이슈가 크게 작용하여 여타의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공약과 티비 토론을 통해 각 후보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어 유권자들에겐 고르는 재미가 있다. 집으로 배달된 공보물과 티비 토론을 통해 밝혀진 각 후보의 에너지 정책을 보며 어떤 시각으로 관전해야 할지를 생각해보았다.


첫째, 에너지는 경제이고 산업이다.


에너지는 말 그대로 '일을 하는 힘'이다. 우리 몸이 음식을 먹고 화학적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면 살 수 없듯이 우리 경제도 에너지를 통해 작동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100대 기업 중 4위인 한국전력을 비롯해 12개의 기업이 에너지 관련 산업체들이다.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으니 경제에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은 핵심적인 사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화석연료의 매장이 빈약하여 현재 93%에 이르는 1차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매우 취약하다 보니 국제 유가와 수급 상황에 따라 산업 활동이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에너지 정책의 가장 우선 순위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1980년대 초반 '대체에너지촉진법'을 제정하고 2000년대 초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으로 이름을 바꾸어 시행하고 있다.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자립에너지로 재생에너지가 자리잡은 지 이미 20년 이상이 흐른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공급이 줄어든 유럽이 더 비싼 미국의 가스를 들여오면서 현상을 유지하는 데는 그동안 확대해온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재생에너지에 힘입은 바 크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도 빠르게 전개되었다. 국제 시장의 요구에 발맞춰 국내 태양광과 풍력 발전 산업은 1990년대 태동기를 거쳐 21세기가 되면서 중심권으로 진입하였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한화가 독일의 큐셀을 인수하여 상위권으로 진입하였으며, 해양 석유시추 관련 시설의 제작 경험을 가지고 있는 조선산업은 해상 풍력 분야를 미래의 먹거리로 삼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0년대가 되면서 재생에너지산업의 수출액은 원전을 뛰어넘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총 수출액이 원전산업 수출액의 26배가 되었으며 산업 종사자수도 4배에 이르는 수준이 되었다. 정부의 정책과 공공자원의 투자는 현재 시장의 수준과 장래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도 재생에너지보다 원전산업에 투자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판단이다.




둘째, 에너지는 기후이다.


에너지가 기후변화의 주요 변수가 된 것은 화석연료의 태생적 한계이다. 화석연료는 탄화수소화합물이 연소하면서 에너지를 내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를 발생한다. 그리고 이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서 온실효과를 가져와 지구온난화가 초래되었다. 요즘 초여름 날씨가 예년보다 낮은 이유도 온난화로 인해 북극 기단이 느슨해진 까닭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인류의 생활을 위협하기 시작했으며 세계는 1992년 기후변화협약을 맺고 2050년까지 순 탄소배출량을 '영'으로 만들기 위한 '넷제로'에 합의하였으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을 3배 증가시키기로 하였다.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또다시 탈퇴하였다. 아들 부시의 교통의정서 탈퇴에 이어 트럼프는 파리협정에서 두 번째 뛰쳐나간 것이다. 세계 1위의 산유국인 미국은 대통령에 따라 탈퇴와 가입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재생에너지 보급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보다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배를 상회한다.


대통령과 관계없이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RE100에 가입하였다. 자신들의 제품이나 용역에 재생에너지만 사용하기 위해 납품이나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 증명을 요구한다. 유럽연합은 그동안 기후변화대응 비용을 지불해온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세 제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큰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피해갈 수 없는 의무이다.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한 제조 공장을 국내에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가 절대적인 사안이 되었다.


이런 연유로 에너지는 경제이고 산업이고 기후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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