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C현대산업개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개발 조감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건설업계가 조 단위 수주전으로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분양가 부담, 공사비 분담 등 복합 악재 속에서도 주요 건설사들은 고부가가치 정비 사업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 대우건설은 서로 다른 전략을 바탕으로 1조 원 이상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며 업계 재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서울 강남권 프리미엄 재건축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최근 1조5138억 원 규모의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 시공권을 단독으로 확보했다. 해당 단지에는 무빙워크를 최초 도입해 초역세권 입지와 연계한 점이 주목받았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2구역(총사업비 약 2조4000억 원·2571가구) 입찰 경쟁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이 구역은 6월 시공사 선정 공고, 9월 총회 최종 선정 일정이 예정돼 있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THE H) 갤러리' 홍보관과 전담 TF팀을 확대해 압구정 재건축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직결되는 상징적 자산"이라며 “압구정2구역 수주는 단순 수익을 넘어 브랜드 자존심을 건 승부"라고 강조했다.
반면, HDC현산은 용산을 거점으로 서울 강북과 지방 주요 도시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부산 연산10구역(4453억 원)과 광안4구역(4196억 원) 재개발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두 곳에서만 약 8649억 원 규모의 실적을 올렸다. 이어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 방배신삼호, 압구정 등 서울 핵심 입지에도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사업비 약 1조 원) 수주전에도 본격 참여하고 있다.
HDC현산은 해당 수주전을 위해 최근 용산역 등 자사 보유 자산을 총동원해 주거·상업·공공시설을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연결형 개발안'을 제안했다. 뉴욕 허드슨야드·도쿄 롯본기힐스식 복합개발 모델을 벤치마킹해 서울시 연계 지침에 부합하는 통합 도시전략을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원 아이파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용산 인접 정비사업과 전국 랜드마크급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아이파크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올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 비료 플랜트(1조810억 원)와 베트남 타이빈성 신도시 개발 사업 등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하며, 글로벌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조 단위 수주가 잇따르는 현상에 대해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업은 일감이 끊기면 장비, 인력, 자재 등 고정비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수익성과 무관하게 수주를 유지하려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면서 “정비사업은 규제 완화, 정권교체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 모두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이어 “지금의 수주량은 2~3년 뒤 공급량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라며 “현 상황은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시장 기대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수량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 금융 여건 변화 등으로 조건이 성숙되면 사업화 가능한 대형 정비사업이 더 등장할 수 있다"면서 “양적으로는 공급이 충분하지만, 실제 수요는 '질 좋은 신축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며 “기존 노후 주택을 재건축·재정비해 공급하는 방식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