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화와 유로화(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작한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탈달러 추세가 촉발된 가운데 미국 정부의 과도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마저 겹치면서 달러화의 신뢰도를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중국과 유럽연합(EU)은 자국내 통화의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키우려 하고 있어 이를 계기로 달러 패권이 더욱 흔들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한 연설에서 유로존의 경제적·안보 기반이 강화되면 유로화가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일어나는 변화는 '글로벌 유로화 시대'를 열어주고 있다"며 “유로화의 영향력은 기본적으로 얻는 것이 아닌, 스스로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57.8%였고 유로화 19.83%, 엔화 5.82%, 위안화 2.18% 등이 뒤를 이었다. 2001년 70%대를 넘어섰던 달러 비중은 2013년까지 하락 추이를 이어가다 2015년 4분기 65.73%로 반등했는데 그 이후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조치로 미국 자산의 신뢰가 하락하자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한국시간 오후 1시 38분 기준 98.875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9% 가량 하락했다.
미 국채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은 상태다.
이와 동시에 유로화는 강세다. 올해 연초까지만 해도 달러·유로 환율의 패리티(1달러=1유로)가 붕괴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었지만 현재 환율은 1유로당 1.1384달러 수준으로 반등했다.
중국 역시 달러 위상이 흔들리는 틈을 파고 들어 위안화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국제 무역시 위안화 결제 비율을 높여달라고 주요 은행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최근 은행 거시건전성평가(MPA) 조정의 일환으로 위안화 표시 무역 거래 비율의 하한선을 25%에서 40%로 올렸다. 인민은행은 지난 1월 상품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30%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지난 몇 달 전부터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당국은 상하이의 국제 금융서비스 편리화 방안을 지난달 발표했고 시중은행들은 위안화 사용 확대를 위해 수출입업체들에게 서비스 수수료를 할인해주고 있다.
국제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자료를 보면 현재 위안화의 무역 결제 비중은 약 7%로, 아직 달러화의 81%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달러화의 바로 뒤를 잇는 2번째 통화가 돼있다.
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주도의 국제결제시스템인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에 참여하는 은행이 3년간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2015년 '위안화의 국제화'를 목표로 출범한 CIPS에는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약 1667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했을 때도 CIPS 참여와 위안화 결제 확대 등이 양국 정부 간에 협의됐다.
역내위안/달러 환율은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초 7.29위안에서 1.5%가량 하락, 7.1868위안으로 내려온 상태다.
중국을 포함한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역시 탈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100% 관세 부과를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