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콜마홀딩스 사옥. 한국콜마
화장품 ODM(제조사개발생산) 전문기업 한국콜마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주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선케어 시장 확대와 미국·중국 법인의 외형 성장, 고수익 제품 비중 증가가 맞물리며 실적과 주가가 동시에 레벨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이달 9일 장중 연중 최고가인 8만8000원을 기록, 코로나19 이후 약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2년 10월 기록한 저점(3만2250원) 대비 165% 급등한 수치다.
한국콜마는 지난 15일 공시한 2025년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연결 기준 매출 6531억원, 영업이익 5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6%, 84.8% 증가한 수치다. 시장 컨센서스(510억원)를 18% 웃돌며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은 선케어 제품군의 고성장이다. 1분기 기준 선케어 매출 비중은 27%로 전년보다 12%포인트 증가, 고마진 선케어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의 판매 비중이 늘면서, 전체 수익 구조가 개선됐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9.2% 상승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선케어는 자외선 차단이라는 안정적인 기능성 확보가 필수적인 제품으로, 발림성과 사용감 등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며 “고기능성 원료와 기술이 적용되면서 제품 가치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수익성도 자연스럽게 높게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률 개선은 고마진 선케어 제품의 매출이 빠르게 늘어난 데다, 특정 인기 제품의 대량 주문이 이어진 효과"라며 “또 외주 생산을 줄이고 자체 생산을 확대한 점, 콜마UX 인수를 통해 외주비용을 고정비로 바꾼 점 등이 수익성 강화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콜마UX는 한국콜마가 최근 인수한 화장품 제조 전문업체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 법인은 매출 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0% 증가, 영업이익 1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 고객사 SKU(Stock Keeping Unit·재고관리단위)가 확대되며 안정적 성장궤도에 진입했다. SKU 확대는 미국 고객사가 현지에서 생산을 맡기는 제품 수 확대를 의미한다. ODM 제품 수 확대되면 고객 이탈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미국콜마로서는 보다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6월부터는 미국 2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며, 연간 매출 600억원 규모의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미국콜마의 포트폴리오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시장 내 입지도 커지고 있다"며 “6월부터 본격 가동되는 미국 2공장 수주 확대에도 (2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무석법인도 1분기 매출 416억원, 영업이익 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72% 증가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중국 ODM 수주가 회복세를 보였다. 주력 고객사 중심으로 수주가 증가했고, 선케어 품목 역시 유사하게 성장한 점이 실적 개선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해외 사업의 확대가 주목된다. 미국은 가동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관세 영향에 따른 미국 내 생산 확대는 추가 성장 요인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역시 수주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어 해외 법인의 외형 확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한국콜마는 글로벌 브랜드의 ODM 수요가 높아지면서 저가 납품보다는 품질과 기술 기반의 고부가 모델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가장 수혜를 보는 업체로 꼽힌다.
ODM 3대장인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과 비교해 콜마는 'R&D(연구개발) 중심 고부가 ODM'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중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의 자체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현지 대응력을 높이고 있으며, 콜마UX 인수로 외주 비용을 줄이고 수익 구조를 개선한 점도 구조적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 구조 자체도 한국콜마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나증권 산업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ODM 산업 내 수주가 대형사 중심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졌다"며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수혜 기업"이라고 말했다.
K-뷰티 전체로 보더라도 수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하나증권은 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13%로 전망하고 있으며, 미국·중국을 넘어 유럽·중동 등으로 수출 채널이 다변화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4월 유럽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하며 북미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특히 선케어, 기능성 화장품 등 고수익 제품군에 대한 수요가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는 점도 콜마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한국콜마의 실적과 구조적 모멘텀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10만7000원~11만원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 이슈로 현지 생산 수요가 늘고 있고, 선케어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입지와 글로벌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감안할 때, 한국콜마의 성장 여력이 여전히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