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연합)
글로벌 경기둔화와 공급과잉 우려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투자은행들이 유가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자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의 올해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각각 배럴당 56달러, 60달러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일까지만 해도 올해 WTI와 브렌트유 가격을 각각 59달러, 63달러로 전망했는데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6월 증산을 결정하자 유가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내년 유가 전망도 55달러→52달러(WTI), 58달러→56달러(브렌트유)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골드만삭스 댄 스투루이벤 애널리스트는 “상더적으로 빡빡한 현물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높은 유휴생산능력(spare capacity)과 침체 가능성이 유가를 하방으로 움직일 위험이 크다는 점이 우리의 핵심 확신"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최근 'OPEC 증산 결정 이후 약해진 균형'이란 투자노트를 내고 올 하반기 글로벌 산유량이 하루 40만배럴 늘고, 이로 인해 올 3·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대비 5달러 낮춘 배럴당 62.50달러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는 OPEC+의 6월 증산 결정과 관련해 “산유량 할당치를 빠르게 해제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도 올해와 내년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각각 66달러, 60달러로 제시하면서 기존대비 4달러씩 낮췄다.
바클레이즈는 “관세 전쟁 흐름이 확실히 가격을 짓눌렀지만 OPEC+의 정책 전환도 최근 유가 하락의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들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주요 교역국과 무역 협상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력 충돌로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감 등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꼽히면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9일 기준 최근 한 달간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상장지수증권(ETN)은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으로 18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ETN은 WTI 선물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WTI 선물 가격이 오르면 2배만큼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이밖에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H)'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도 각각 39억원, 9억원어치 담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은 98억원어치 팔았으며, '신한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H)'도 2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두 상품 모두 최근 한 달간 개인 투자자가 많이 순매도한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초 70달러 초반이던 WTI 가격이 최근 6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주요 산유국의 원유 생산 확대 계획에 공급 과잉 우려가 불거진 영향이다.
지난 5일 6월 인도분 WTI 가격은 OPEC+가 다음 달 원유 생산량을 41만1000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배럴당 57.13달러로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이후 WTI 가격은 9일까지 이틀 연속 올라 다시 60달러대(61.02달러)로 반등했으나 지난달 고점에 비해선 여전히 15%가량 낮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