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성, 서구인에 비해 성호르몬 수치 낮아
남성건강갱년기학회 “진단 기준 낮춰 적극 치료"

▲대한남성건강갱년기학회의 성선기능저하증 관련 최근 발표 장면. 사진=박효순 기자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주요 성호르몬 중 하나이다. 성기능을 포함해 근육량, 골밀도, 기분, 에너지 수준 등에 영향을 준다. 수치가 낮아지면 피로감, 성욕 저하, 활력 감소, 우울감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화를 잘 내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보통 30대 중반부터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서서히 감소하면서 이처럼 신체·정신적으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성선기능저하증으로 촉발되는 이런 증상들을 흔히 '남성갱년기증후군'이라고 칭한다.
한국 남성들의 갱년기 증상 진료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 기준을 서구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에서 소외되는 환자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7일 대한남성건강갱년기학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총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약 3.0ng/㎖ 이하일 때만 성선기능저하증으로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주로 해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정된 것으로, 한국 남성의 평균 수치를 반영하지 못한다.
학회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데이터 등을 기초로 △총 테스토스테론 수치 2.6ng/㎖를 진단 기준으로 고려하고 △3.5ng/㎖ 이하일 경우 증상 유무에 따라 치료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치료에 따른 목표 수치는 4.2∼6.3ng/㎖다.
남성건강갱년기학회 김광민 회장(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같은 수치라도 한국 남성은 체형,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등에 따라 호르몬 기능이 다르게 나타난다"면서 “고정된 수치 기준보다 환자의 증상, 기능 저하 정도를 함께 고려하는 진단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선기능저하증은 단순한 기질성(기능 이상)뿐 아니라 △대사증후군 △복부비만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으로 인해서도 잘 초래된다. 특히 업무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남성에게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식단을 조절해 살을 빼고 운동하는 등의 생활 습관 개선에서 나아가 남성 호르몬 낮다면 이를 보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학회 김영상 총무이사(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을 개선하면 남성호르몬이 충분히 오르고 갱년기 증상이 개선되는 것은 맞지만 실천율이 낮다"면서 “생활 습관을 관리하면서 남성 호르몬을 투여할 때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