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0일(일)



[EE칼럼] 중동 위기의 고조와 상승하는 국제 유가, 어디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0.06 11:47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중동의 정세가 매우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삐삐 폭탄으로 시작된 전면적인 공격과, 이어진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 그리고 이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반격 등이 지난 2~3주 동안 진행되었으며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반격이 곧 일어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이스라엘의 가스시설에 상당한 피해를 준 까닭에 이스라엘이 그 보복으로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것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마침 유대인의 새해인 로쉬 하샤나가 10월 2일부터 4일까지였으며, 이스라엘에 매우 중요한 날인 욤 키푸르가 10월 12일인 관계로 이스라엘의 공격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제언론들은 빠르면 이번 주 내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 사우디, UAE 등 중동 국가의 석유 시설도 공격할 수 있음을 사사하는 등 확전의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으며, 중동지역의 석유생산과 공급에 대한 위기감으로 국제원유시장이 크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9월 10일에 배럴당 65.75달러로 최근 1년 중 최저 가격을 보였던 미국 NYMEX 윈유시장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10월 4일에 74.38달러로 13% 급등하였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 역시 76.77달러로, 유럽 브렌트유 가격은 78.05달러까지 상승하였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몰락 이후 확대된 중동지역 내 친이란 세력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경계심과 이들에 대한 공격 의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들이 중동지역의 분쟁을 적극적으로 막아왔으며 지금도 어떻게든 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95%의 에너지와 99%의 광물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는 매우 심각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가를 자극하여 겨우 안정세에 들어간 인플레이션율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동의 불안이 고조되면 유럽으로의 무역로 또한 막히게 되어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며 무역수지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국제원유가격은 평균 65달러 수준을 기록하여 20세기 후반 20년간의 평균인 22달러 수준보다 세 배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22년 2월에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022년 3월 초 국제원유가격을 125달러까지 상승시켰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천연가스 시장에 매우 큰 영향을 주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늘렸던 독일은 지금 경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국제 원유가격 또는 국제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일반적으로 그 지속 기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1980년대 제2차 석유파동 기간 중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은 4~5년이 지속되었으나 이는 중동 국가들이 모두 함께 감산 조치를 이행하였기 때문이며, 1990년 걸프전쟁의 영향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이번 중동 분쟁의 경우 역시 1년 전 이스라엘 가자지구 하마스 사태 때는 국제원유시장에 잠시 동안만 영향을 미쳤다. 그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약 1년여 국제에너지시장에 영향을 주었다. 즉, 에너지 생산시설에의 영향이 확실히 있는 경우에만 시장가격이 변동한 것이다. 이는 생산시설에 생긴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데 일정 기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예로 들면, 러시아산 천연가스 감소에 대응한 다른 천연가스 생산 국가의 생산량 증가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물론 공급 위기보다 더 크게 국제 에너지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수요의 변동이다. 미국의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 그리고 경제의 연착륙 등의 소식은 수요의 회복에 좋은 소식이지만 중국의 경제하락 등은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이번 중동사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보다 더욱 큰 위기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중동 전체로 확대될 경우 중동 전문가 중 일부는 자칫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위기로 확대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리되면 100달러 수준 이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임은 자명하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이들 국제에너지시장의 불안 요인들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당장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단기 및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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