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대폭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여전히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와 가스는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전쟁이나 재해, 공급망 갈등으로 수입길이 막힐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8월 에너지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5월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3.8%로 나타났다. 작년 동기간의 94%보다 아주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상황이다.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통계가 시작된 1990년 이후로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1990년 수입의존도는 88.7% 였으나, 이후 2001년 98%까지 오른 후 2010년 97.5%, 2020년 95%, 2023년 93.9%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국내 생산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차에너지 공급량은 1990년 8968만TOE(석유열량환산톤)에서 2000년 1억8307만8000TOE, 2010년 2억5440만TOE, 2020년 2억8551만2000TOE, 2022년 3억395만4000TOE, 2023년 2억9740만7000TOE(잠정)로 거의 계속 증가했다.
2023년 기준 일차에너지 공급의 구성을 보면 석유 1억1103만7000TOE(비중 37.3%), 석탄 7351만6000TOE(24.7%), 가스 5664만3000TOE(19%), 원자력 3844만2000TOE(12.9%), 바이오 및 폐기물 894만3000TOE(3%), 지열·태양 및 기타 796만TOE(2.7%), 수력 79만2000TOE(0.3%), 열 7만3000TOE로 돼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에너지 생산량은 1990년 2256만TOE, 2000년 3125만5000TOE, 2010년 3809만7000TOE, 2020년 4832만5000TOE, 2022년 5462만1000TOE, 2023년 5651만4000TOE(잠정)로 계속 증가하긴 했으나 공급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수입의존도를 거의 줄이지 못했다.
특히 석유와 가스는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석유공사가 울산 앞바다에서 동해-1 가스전 개발에 성공하면서 2004년부터 가스와 석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가스 생산량은 2004년 21만3000TOE에서 2010년 53만9000TOE까지 증가하다 이후로 점차 감소해 2020년 18만5000TOE, 2021년 5만5000TOE를 생산하고 이후부터는 매장량 고갈로 생산이 종료됐다.
석유 생산량은 2005년 5만6000TOE, 2010년 5만6000TOE, 2020년 1만5000TOE, 2021년 5000TOE, 2022년 3000TOE를 생산하고 이후 종료됐다.
석탄 생산량도 1990년 774만8000TOE에서 2000년 186만8000TOE, 2010년 96만9000TOE, 2020년 48만2000TOE, 2023년 30만5000TOE(잠정)로 급감했으며, 내년에 공공 탄광은 모두 문을 닫을 예정이다.
다만 원자력은 1990년 1322만2000TOE, 2000년 2724만1000TOE, 2010년 3194만8000TOE, 2020년 3411만9000TOE, 2023년 3844만2000TOE로 계속 증가했다. 바이오 및 폐기물도 1990년 6000TOE에서 2023년 894만2000TOE로, 같은 기간 지열·태양 및 기타는 3만3000TOE에서 796만TOE로 대폭 증가했다.
자원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석유와 가스 사용량이 많은 데 반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만약 전쟁이나 공급망 갈등으로 수입길이 막히면 석기시대가 연상될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 빈곤을 겪을 수 있다"며 “동해 울릉분지 가스전 등 신규 유가스전 개발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원전, 바이오에너지 등 에너지 자급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위치한 동해 울릉분지 가스전은 탐사자원량 35억~145억배럴로 추정되며, 연말부터 첫 시추가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