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물가 상승률이 7개월 연속 1%대를 넘지 못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6% 올랐다고 중국 국가통계국이 9일 밝혔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전망치인 0.7%보다 0.1%포인트 낮다.
중국 CPI는 올해 2월 춘제(春節·중국의 설) 효과로 작년 동기 대비 0.7% 올라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뒤 8월까지 7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8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을 기록하면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가통계국은 “8월에는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은 날씨 등의 영향으로 CPI에 전월 대비 계절성 상승이 있었고, 전년 대비 상승 폭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PI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8월 PPI는 작년 동월대비 1.8% 하락해 전월(-0.8%)보다 낙폭이 확대됐고 시장 전망치(-1.5%)보다도 낮게 나왔다. 이로써 중국 PPI는 2016년 이후 최장기간인 23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국가통계국은 “시장 수요 부족과 일부 국제 벌크스톡(원자재) 가격 하락 등 요인의 영향으로 PPI가 하락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강 전 중국인민은행장은 지난 6일 상하이에서 열린 회의에서 정책 입안자들을 향해 “지금 당장" 디플레이션 압력과 싸워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우리는 약한 내수, 특히 소비·투자 측면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이 전 행장의 발언을 두고 “물가 하락을 상대로 한 국가적 싸움을 저명 중국 인사가 인정한 드문 사례"라며 “소비자들이 구매를 늦추고 기업들이 임금을 삭감하면서 약화한 수요는 중국의 성장률 목표인 '5% 안팎' 달성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짚었다.
이 전 행장은 또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가 향후 몇 분기 이내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골드만삭스의 후이 샨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위축된 심리와 미래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미셸 람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박이 점점 더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는 임금가 물가의 하방 스파이럴을 부추길 수 있어 급진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장기화한 부동산 침체와 지속적인 실업, 부채 우려, 높아지는 무역 긴장 속에서 중국 경제가 더 많은 (부양)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압력이 커졌다"고 짚었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가전제품과 생산재의 신제품 교체 등 내수 진작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초장기 국채를 발행하기도 했으나 아직 분명한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민은행 고위 당국자는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2월에 이은 추가 지급준비율(RRR·지준율) 인하 여유가 있다며 유동성 공급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