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사업 육성으로 현재 10조원 수준인 시가총액을 2033년 70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6768억원이었던 고려아연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 1분기말 7105억원으로 불어났다. 올 2분기에도 연결기준 매출 3조582억원·영업이익 2687억원을 기록하면서 비전 현실화를 위한 '실탄' 축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분기 매출이 3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3.8% 성장한 영향이다. 메탈값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힘입어 영업이익도 72.6% 늘어났다. 특히 은의 경우 판매량과 가격 상승으로 국내·매출이 30.3% 증가하면서 아연 매출과 유사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반기에는 공정 합리화로 원가절감을 강화할 계획으로, 연 판매량도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설비 가동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경영권을 확보한 서린상사의 수익성도 향상됐다. 서린상사의 매출은 2578억원으로 36.5% 줄었으나, 이는 저수익 계약 물량을 조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영업이익률은 0.5%에서 6.0%로 상승했다.
서린상사는 글로벌 고객사 네트워크와 해외 거점을 활용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한다는 방침이다. 선물거래 등으로 원자재값 변동을 비롯한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를 통해 인수한 캐터멘 메탈의 실적도 반영됐다. 스틸사이클 및 기타법인의 매출이 5700억원(481%) 급증한 까닭이다. 호주 자회사 썬메탈(SMC)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생산 안정화·아연 회수율 증가로 영업이익률이 0.7%에서 7.8%로 급증한 것이다.
제련 공정 부산물 회수설비 퓨머 2기를 가동 중지하고 1기를 용도전환하는 공정 합리화도 추진했다. 향후에도 3기를 동 건식제련 설비로 전환하면서 생산력을 10만t 늘리는 등 수익성을 증대시킨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신사업 육성 프로젝트 '트로이카 드라이브'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는 △재생에너지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그린수소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가 포함된다. 2033년 신사업 매출 12조원 달성 등 제련 부문을 합한 전체 매출(25조원)의 48.4%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6700억원을 들여 호주 퀸즈랜드에 건설 중인 풍력발전소에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생산된 전력의 70%를 SMC 등에 10년간 공급할 예정이다. 그린수소를 국내로 도입하기 위해 한화임팩트·SK가스·미국 아모지 등 국내외 기업들과 손도 잡았다.
태양광발전소를 활용해 연간 사용 전력의 3분의 1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총 용량은 400MW에 달할 전망이다.
2033년까지 연간 황산니켈 9만t·전구체 8만t·동박 6만t의 생산력도 갖추는 등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토대로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유럽에 거점을 둔 이그니오 인수를 비롯해 자원순환사업도 키우고 있다. 2차원료 전처리를 통해 가동률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종로구 그랑서울로 둥지를 옮기는 등 영풍그룹과의 '이별'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2033년까지 시총을 현재(약 10조원)의 7배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라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 둔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동박사업 진출 등 캐즘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