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정비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건설사들이 뒤늦게 마수걸이 수주에 시동을 걸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 중 올해 1분기 정비사업을 따낸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3개사뿐이다. 나머지 7개사는 마수걸이 수주를 신고하지 못했다.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건설공사비 지수는 153.3으로 2020년(118.9) 대비 28.9% 상승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작년 미국 기준금리 급등 이후 자본조달비용 증가했고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공사비가 증가했다"며 “정비사업으로 인한 수익성이 악화해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GS건설은 지난달 27일 부산 수영구 민락2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따내며 마수걸이 수주를 신고했다. 이 사업은 수영구 민락동 143-1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8층 아파트 7개 동, 959가구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조합과 GS건설은 사업을 빠르게 진행해 2026년 12월 착공할 계획이다. 공사기간은 44개월이다.
DL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도 올해 첫 정비사업 수주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DL이앤씨는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 수주를 앞두고 있다. 잠실우성4차는 지난 1983년 9월 준공된 555가구 아파트로 재건축을 통해 825가구로 탈바꿈한다. 조합은 오는 7월 초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DL이앤씨는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DL이앤씨는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 수주도 노리고 있다. 용산구 서빙고동 일대에 지하 6층∼지상 23층 56개 동 2592가구를 짓는 한남5구역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과 함께 올해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로 꼽힌다. 이곳은 현재 DL이앤씨 한 곳만 수주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홍보전을 벌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 등은 인력을 모두 철수시킨 상태다.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12차 재건축 수주가 유력하다. 이 사업은 지하 3층∼지상 35층 아파트 5개동 432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롯데건설은 현장설명회에 지속적으로 참석하는 등 시공권에 꾸준한 관심을 보인 결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조합은 다음달 초 시공자 선정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동대문구 장안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를 노리고 있다. 이 사업은 동대문구 장안동 95-1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9층 높이의 아파트 7개동 총 746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앞서 지난달 열린 2차 현장설명회에는 △HDC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금호건설 등이 참석했는데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이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16차 재건축 사업 수주를 눈앞에 뒀다. 이 사업은 지하 5층∼지상 34층 높이의 아파트 468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6일 재건축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오는 7월 초 열릴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도 리모델링 서울 서초구 잠원강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장 시공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달 25일 시공자 선정총회 개최가 예정됐으며, 삼성물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상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뒤늦게 정비사업 사업 마수걸이 수주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대부분이 수의계약이라 선별수주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