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풍력발전기의 모습. 사진=픽사배이
분산에너지특별법이 오는 6월 1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법의 취지는 지역에 소규모 발전설비를 구축해 지역 내에서 전력의 자급자족을 이루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설치의무 대상이 63빌딩 규모로 설정되는 등 기준이 너무 느슨하고,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으로는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대다수의 의견이다.
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작년 6월 13일 공포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1년 후인 오는 6월 14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현 우리나라의 전력 체계는 주로 해안가에 설치된 원전이나 석탄발전, 가스발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 등 내륙으로 공급하는 형태이다. 이렇다보니 2013년 밀양 송전탑 사태 등 송전망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지역민원이 발생하고, 대도시가 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지역이 오염을 뒤집어 쓴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다.
이에 지역 내에서 전력 등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분산에너지 특별법의 취지이다.
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분산에너지 의무 설치자는 △연간 20만메가와트시(MWh) 이상의 에너지 사용이 예상되는 신축 또는 대수선하는 건축물의 소유자 △개발사업 등의 면적이 100만제곱미터(㎡) 이상인 사업의 시행자 또는 관리자 등이다.
의무 사용량은 지역의 에너지자급 등급에 연도별 비율을 곱해서 구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역별 전력자급률은 대전 2.95%, 광주 8.44%, 서울 8.89%, 충북 9.40%, 대구 15.39%, 경기 61.04%, 전북 68.65%, 제주 79.65%, 울산 102.19%, 세종 103.04%, 경남 136.72%, 전남 171.31%, 강원 195.53%, 경북 201.44%, 인천 212.82%, 부산 216.71% 등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급률에 따라 등급을 매길 예정이다.
여기에 곱하는 연도별 비율은 2026년까지 2% 2029년까지 5%, 2034년까지 10%, 2039년까지 15%, 2040년까지 20%로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즉 자급률이 낮은 지역일수록 의무 사용량이 증가한다.
분산에너지로 인정받는 설비는 자가용전기설비, 40MW 이하 발전설비, 집단에너지 생산 열, 수요지 인근에 설치돼 송전선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발전설비, 300MW 이하 원전(SMR) 등이다.
법에서는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지역에 있는 분산에너지사업자는 한전 송배전망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사용자에게 개별적 요금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특화지역으로 대전, 경기, 제주, 울산 등 10여개 지자체가 신청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당초 에너지업계에서는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시행되면 태양광, 수소연료전지 등 소규모 발전원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경유발전기 설치도 가능하지만 지역민원이 클 수 있고, 그렇다고 내륙에 풍력발전을 설치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기준이 계속 느슨해 지면서 이제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무설치자 기준인 연 20만MWh 전력 소비자는 예로 들면 63빌딩 수준이다. 지역에서 이 정도 전력을 소비하는 빌딩은 거의 없을 것이고 데이터센터밖에 없다. 특히 지역은 전력자급률이 높고 초기 연도별비율도 2%밖에 안되기 때문에 의무 대상자가 아주 소규모만 설치하면 된다"면서 “반면에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연료와 용량 제한 없이 전력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LNG발전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요금 수준으로는 어떤 분산에너지도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한 LNG발전업계 관계자는 “법에 의거해 지역별 요금제를 따로 정할 수 있다 해도 한전 요금이 기준이 될 것인데, 현 한전 요금으로는 어떤 발전원도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요금이 현실화되지 않고 분산에너지가 활성화 되길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산에너지 의무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요금을 현실화해야만 법 취지가 살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법이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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