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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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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할 결심’ 대양제지, 2년 연속 주식분산 요건 미달로 상폐 수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05 10:57

분산 요건 못채우면 실질심사 없이 형식적 상폐 확정

회사 2020년 화재로 자진상폐 결정…공개매수 두차례

“거래소 상폐 미룰 명분 없어”…소액주주들 투자 주의보

대양제지

▲△지난 2020년 발생한 경기 안산 반원공단 내 대양제지 공장 화재 진압 모습 사진=경기소방청

대양제지가 2년 연속 주식분산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서 상장폐지가 확정적인 상황이다. 이미 회사는 자진 상폐를 위해 공개매수도 두 차례 진행했다. 현재 주가는 마지막 공개매수가 대비 크게 오른 상태다. 주식분산 미달은 형식적 상폐사유로 확정되면 심사 과정 없이 곧바로 절차가 진행된다. 주주들의 유의가 필요하다.


◇2020년 화재로 중요 설비 잃어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양제지는 오는 17일까지 주식분산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법인의 소액주주 소유주식수는 유동주식수의 20%보다 많아야 한다.


대양제지는 지난해 공시한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소액주주 소유주식수가 유동주식수의 20%에 미달했다. 당시 거래소는 대양제지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주식분산 요건 미달은 일반적인 상장사라면 최대주주가 지분을 시장에 내놓거나 차등감자하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문제는 대양제지가 자진 상장폐지를 진행하는 회사라는 점이다.


대양제지는 지난 1970년 출범한 골판지 제조회사다. 경기도 안산에 연간 42만t의 골판지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고 제품을 생산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10월 안산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 관련 설비를 모두 태웠다. 코로나19로 배송시장이 성장하면서 골판지 수요도 급증하던 시기였지만 이 기회를 모두 놓치게 한 대형 악재였다.


불타버린 설비 중에는 골판지 원료를 만드는 초지기 2대가 포함됐다. 초지기는 1대당 가격이 1500억원에 달하는 설비다. 설비 재가동을 위해서는 최소 3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했다.


화재 이후 대양제지는 설비 화재에 따른 골판지 사업의 정지로 상장폐지 적격성 심사까지 받았다.


◇복구에 시간 필요…결국 자진 상폐 추진 중


결국 대양제지는 일단 상장사 지위를 내려놓기로 했다. 시설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기간 상장사 지위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대양제지는 거래정지 기간 중인 지난 2021년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당시 주가는 3260원에 정지 중이었으며 공개매수 가격도 똑같은 3260원이었다. 당시 공개매수로 소액주주의 절반가량이 지분을 팔았다.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21.96%에서 10.61%로 줄었다. 그 결과 주식분산 요건에도 미달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소액주주가 공개매수 가격이 너무 낮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거래소도 아쉬움을 전했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서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95% 이상이어야 한다. 코스닥은 해당 규정이 없지만 거래소는 대양제지 측에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양제지는 지난해 두번째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공매매수 가격은 4300원으로 2021년 대비 31% 높였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해당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았다. 공개매수 기간 동안 대양제지의 주가는 최대 5670원까지 치솟았다. 공개매수에는 단 2895주만 응했다. 응모 대상 주식의 0.01% 수준이다.


◇19년만에 주식분산 요건 상폐 나올 듯


대양제지가 주식분산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형식적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면서 실질심사 없이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의신청은 가능하지만 이미 자진상폐를 원하는 회사 측이 이의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분산 요건 미달로 상폐된 사례는 2005년 4월 상폐된 범양사와 남성알미늄이 가장 최근이다. 만약 대양제지가 주식분산 요건 미달로 상폐되면 19년 만이다.


한편 대양제지의 최근 주가는 8000원을 넘기도 하는 등 이상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다른 자진 상장폐지 종목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으로 주식의 거래량이 크게 줄어 주가 변동성이 극대화되면서 발생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양제지의 상폐 가능성은 90% 이상이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며 “공개매수도 두차례나 진행해 소액주주 보호 조치를 완료했고 이미 상폐를 위한 조건을 충족한 상황이라 거래소도 상폐를 미룰 명분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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