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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 난간 없이 사유하기 |
20세기 가장 독창적이고 영향력 있는 정치사상가로 꼽히는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 이후 20세기 인류가 처한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해왔다. 문예출판사의 ‘난간 없이 사유하기’는 한나 아렌트 사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치 에세이다. 아렌트의 조교 출신인 제롬 콘이 아렌트 에세이를 시기별로 정리해 엮은 책이다.
책은 아렌트가 46세(1953)부터 서거 직전인 69세(1975)까지 남긴 글, 강연, 서평, 대담 등 총 42편의 글을 집필 순서대로 담았다. 한 문단 분량의 글에서부터 길게는 64쪽 분량의 긴 논문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6편은 이미 다양한 지면에 실려 출간된 적이 있다. 16편은 처음 출간되는 에세이들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집필하던 시기에 ‘인간의 조건’, ‘과거와 미래 사이’,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혁명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공화국의 위기’, ‘폭력론’을 출간했다. 이 책들에 담긴 아렌트의 치열한 사유가 ‘난간 없이 사유하기’ 속 에세이에 잘 녹아 있다는 평가다.
이 책의 제목인 ‘난간 없이 사유하기’는 아렌트의 정치 사유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난간’은 우리가 사유하고 판단할 때 기대는 전통적인 개념이다. 난간을 붙들지 않고 사유한다는 것은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완전히 새롭게, 기준도 틀도 없이 사유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난간이 없다는 것은 자유로우나 위험하며, 언제 끝모르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부담을 안고 계단을 올라야 한다. 하지만 사유란 그런 것이다. 위험하지만 용기 있게 나아가는 것,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고 치열하게 사유한 끝에야 세상과 인간, 자유와 삶, 정치가 무엇인지 가닥을 잡을 수 있고 그 속에서 인간다운 삶과 정치를 이야기할 수 있다.
아렌트의 에세이에는 고전 철학부터 중세 철학, 근대의 지형을 바꾼 혁명들, 양차 세계대전 등 철학, 역사, 정치, 문화가 망라돼 있다. 아렌트는 대답하는 자가 아닌 질문하는 자로서 전통적인 기준과 틀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과 사건의 의미를 좇으며 진정한 난간 없는 사유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제목 : 난간 없이 사유하기 - 한나 아렌트의 정치 에세이
저자 : 한나 아렌트
발행처 : 문예출판사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