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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5일 신도림 지역 대형마트 사과 매대를 찾은 소비자가 최근 가격 급증한 사과 가격을 보고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사진=서예온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조하니 김유승 기자] "예전에는 사과 한 봉지를 7000원이면 샀는데 지금은 2배 가까이 올랐네요. 올해는 가격이 너무 부담돼 차례상에 올릴 것도 조금만 살 계획입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5일 오후 서울 신도림 지역의 한 대형마트 사과 매대에서 만난 50대 중년 여성이 내뱉은 한숨 섞인 말이었다. 이날 대형마트에서 판매한 햇사과(5~8개) 가격은 1만 5900원으로, 낱개 기준으로는 1개에 무려 2000∼3000원꼴이었다.
사과 1개를 비싸도 1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었던 예년과 비교하면 사과 가격이 낱개 기준으로는 2∼3배 수준으로 뛴 셈이다. 이 때문에 유독 사과 매대 인근에서는 "세상에나", "비싸다" 등 가격에 놀란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사과는 명절 차례상 대표 품목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사과 가격이 급증하면서 추석 연휴 소비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동향에 따르면 사과(홍로) 10개 평균 소매가격(지난 23일 기준)은 3만1580원으로 전년동기(2만5506원) 대비 23.8% 올랐다.
사과 가격 급증은 올해 봄 냉해, 여름엔 장마와 폭염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그 여파로 올해 추석 차례상 품목 중 사과의 가격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실제로 본지 취재팀이 25일 대형마트에서 조사한 추석 차례상 10개 품목인 곶감, 고사리, 조기, 계란, 한우 양지, 밀가루 1kg, 청주 1.8ℓ, 두부 부침용 4모, 송편(냉동 기준) 가운데 가격 신장세가 가장 큰 품목은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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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을 앞둔 지난 25일 청량리 청과물 시장이 장을 보러 온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
사과 가격 급등 등 치솟은 차례상 물가로 추석연휴를 앞둔 전통시장의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에 찾아간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은 추석 연휴를 앞둔 만큼 평상시보다 손님들이 많았지만 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시장에서 만난 한 과일가게 주인은 "봄 냉해 피해와 여름 더위로 작물이 타는 현상이 겹쳐 감을 제외한 사과, 배, 토마토 등 과일이 전반적으로 다 비싸다"고 전했다.
이 상인은 "지난해에 비해 사람은 많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시장을 찾는 사람이 계속 줄고 있어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며 추석 대목 실종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정부 통계로는 추석 차례상 차림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추석 전 마지막으로 조사한 지난 20일 기준, 추석 전통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0만4434원으로, 지난해 추석 열흘 전 8월 31일 기준 31만7048원보다 4% 하락하는 안정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차례상 체감물가는 이같은 통계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사과를 비롯해 배 등 과일 가격 급증 영향과 맞물려 치솟은 차례상 물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통계가 소비자들이 명절에 주로 소비하는 품목 기준이 아닌 차례상 기준으로만 돼 있어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는 차이가 있다"며 "소비자들이 가처분 소득이 줄며 소비여력이 줄어든 만큼 체감물가를 굉장히 높게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의 차례상 물가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온라인몰에서 편리한 명절 상차림 세트와 품목수가 적은 간편차례상 등을 갈수록 많이 찾고 있는 추세다.
올해 온라인 추석 차례상 물가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평균 판매 가격대는 20만~60만원대이며, 인기상품 가격대는 20만~30만원대여서 수요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몰 명절 상차림 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품목 위주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완제품 차례상과 제수 간편식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작황이 부진했던 쌀과 잡곡류, 과일 등을 찾는 고객이 유독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커머스업체 한 관계자는 "통상 추석 차례상 제품은 인원과 상품 가짓수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라며 "식품 트렌드를 반영해 매년 구성도 조금씩 달리하기 때문에 전년과 동일하게 출시되는 제품은 없다"고 설명했다.
pr902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