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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 홉스의 리바이어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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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 홉스의 리바이어던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토마스 홉스의 정치철학은 그동안 왜곡된 해석과 부당한 평가를 받아 왔다. 이에 저자 선우현 교수는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해석에 따라 ‘리바이어던’을 읽지 않았다. 비판적으로 재구성된 해석에 의거해 보다 진보적이며 사회 혁신적인 정치철학 체계로 ‘리바이어던’을 새롭게 해석해보고자 시도했다.

홉스의 사상은 절대왕정 및 군주 정치를 옹호하는, 반민주적이며 전근대적 철학 사상으로 치부돼 왔다. 이 해석은 동일한 사회계약론의 전통을 계승·발전시킨 존 로크의 정치철학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선구적 입론으로 평가받는 것에 비추어볼 때, 매우 박한 평가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홉스 역시 ‘인민’이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 이념’을 추구·구현하고자 시도한, 진정한 의미의 ‘근대적’ 정치 사상가였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자연권 사상에 대한 기원 탐색과 정부에 대한 저항권 담론의 구상, 전개 양상을 들여다본다. 전적으로 로크 등에 의해 최초로 구상·제시된 것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에 비해 홉스는 민주적 저항권을 인정하지 않은 반민주적·반자유주의적 사상가로 읽히거나 오인돼 있다는 것이다.

‘리바이어던’이 출판된 1651년의 영국은 왕당파와 의회파의 극심한 대립 양상을 겪고 있었다. 홉스는 이때 왕당파도 의회파도 아닌, 애매한 정치적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모시는 주군(카벤디쉬 경, 왕당파)의 정치적 입장을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청교도혁명을 거치면서 ‘지배세력이 교체’되는 사건을 보며 크롬웰 측(의회파)에 붙어 공화제를 지지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애매한 입장 때문에 근대 서양의 정치철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상적 저작물 중 하나인 ‘리바이어던’을 출간할 수 있었다.

홉스의 본의가 어떠하든 ‘리바이어던’은 외견상 ‘절대군주제’를 전폭적으로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사상 체계로 읽히게 됐다. 홉스가 진정으로 자신의 사상적 신념에 입각해 절대군주제를 지지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홉스가 군주 정치를 현실적으로 수용해야만 하는 통치 형태로서 선호했던 것이지만, 이는 극도의 사회적 혼란의 종식과 사회 체제의 항구적인 보장에 대한 홉스의 정치적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홉스는 오늘날 ‘소유권적 개인주의’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의 대표적 사상가로 평가받는 로크에 앞서 ‘저항권’ 개념을 구상·제시하고 있다. 곧 개인이 본래적으로 지니고 있는 자연권에 관한 상세한 논변에서 저항권 개념을 다루고 있는바, 이는 현대 ‘인권론’의 효시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홉스는 참된 의미에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적 저항권론’을 선도적으로 표방하며 이끌었던 근대 최초의 정치철학자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제목 : 홉스의 리바이어던 - 국가의 힘은 개인들에게서 나온다
저자 : 선우현
발행처 : EBS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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