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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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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연속 금리인상 나선 ECB, 이번이 마지막?…유로화 가치 하락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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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올리면서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금리인상 사이클이 정점에 달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ECB는 기준금리를 연 4.5%로, 수신금리를 연 4.0%로 각각 0.25%포인트씩 올렸다. 시장에선 금리 동결을 예상했지만, 이틀 전 ECB의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목표(2%)보다 높은 3% 이상으로 발표될 것이란 소식에 분위기가 돌변했다.

시장과 언론에서는 ECB가 금리 인상 후 내놓은 자료와 관련해 이번에 금리동결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했다.

ECB는 "현재 평가에 따르면, 정책위원회는 ECB 기준금리가 충분히 장기간 유지된다면 인플레이션이 적시에 목표치로 회복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유럽 주요 주식시장도 상승세로 마감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스톡스 600 지수는 전날보다 1.52% 오른 460.86에 장을 마감했다. 독일 DAX 지수는 0.97%, 프랑스 CAC 40 지수는 1.19%, 영국 FTSE 100 지수도 1.95% 각각 상승했다.

반면 유로화 가치는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으로 인해 약 5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유로화는 이날 0.89% 하락한 1.0635달러로 3월 17일 이후 최저였다. 특히 지난 7월에 기록한 올해 최고치에서 5% 이상 하락했다.

미국의 강한 성장세를 볼 때 몇 주 안에 1.05달러까지 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시장의 금리인상 종료 가능성에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지금이 금리의 정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ECB의 금리인상이 라가르드 총재의 "어려운 시기" 경고와 함께 "고통의 루비콘강을 건넜다"라고 전했다.

이번 인상은 유로존의 이미 허약한 경제에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실제로 라가르드 총재가 성장이 "매우, 매우 부진할 것"이라고 인정하고, 경제가 위축 직전에 있을 수도 있다는 전망들이 겹치면서 단기적인 경제 전망은 암울한 상황이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인상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ECB가 경기 침체를 과소평가하는 게 걱정된다. ECB는 여전히 성장에 관해 너무 낙관한다"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날 ECB는 긴축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세계 교역 환경이 약화하고 있다는 이유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하향 조정했다.

올해 0.7%, 내년 1.0%에 이어 내후년엔 1.5%로 전망하면서 기존보다 각각 0.2%포인트, 0.5%포인트, 0.1%포인트 낮춘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들에게 "지금은 어려운 시기"라며 "경기 침체를 강요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물가 안정을 원하기 때문에 긴축이 더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고 지속해 경기 위축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이번 결정에 비판적이다.

아돌포 우르소 산업·이탈리아산(Made-in-Italy) 담당 장관은 "이번 결정은 다수가 찬성하고 일부는 반대했다고 보지만 유럽의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이미 대체로 불황에 빠져 있고, 네덜란드 등 독일 시스템과 연결된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 실정이라는 것이다.

반면, ECB 인사들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오래 너무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고, 실제로 인플레이션 지표들도 5% 이상에서 머무르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스위스에 있는 J. 사프라 사라신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르스텐 유니우스는 "금리 결정에서는 매파가 승리했지만, 시장 반응에서는 비둘기파가 승리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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