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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주

kjuit@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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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으면 어때 '힙'하잖아', 세월 품고 멋 내준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 BEST 3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07 14:20
마냥 고층 빌딩만 있을 것 같은 서울도 골목 골목을 다니다 보면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마주할 때가 많다.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킨 건물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얻은 낡음을 고유의 멋으로 승화시킨다. 동시대를 보낸 사람들에겐 과거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젊은층에게는 새로운 경험과 즐길 거리를 안겨준다.

요즘은 아예 ‘힙’(Hip)함을 더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하면서 주변 상권을 부활시키고 이웃들에게 활기를 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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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회현동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 ‘피크닉’(piknic).피크닉

그 중에서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피크닉’(PIKNIC)은 예스러움과 멋스러움이 공존된 공간이다. 회현역에서 내려 남대문시장 사이 구불구불 골목길을 올라가다 보면, 붉은 벽돌과 흰색 시멘트가 어우러진 공간이 나타난다.

1970년대 한 제약회사 건물로 쓰였던 ‘피크닉’은 한 전시 회사가 전시관, 카페, 소품숍 등이 있는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일부는 옛날 건물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일부는 현대식으로 개조해 고즈넉하고도 세련된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남산과 서울 시내 탁 트인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SNS에 자주 등장하는 인증샷 중에 하나다.

또 ‘피크닉’은 그림이나 사진 전시를 비롯해 음악 감상회, 소설 낭독회, 체험전 등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예술가들이 직접 방문해 관람객들을 만나는 행사도 꾸준히 진행한다.

앞서 故 일본 유명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관객들과 함께 아티스트 토크를 가졌고, 인테리어 및 건축 사진가로 유명한 프랑스 사진가 프랑수아 알라르도 전시를 기념해 관람객들을 만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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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뒤편에 자리 잡은 중림동 골목 내 성요셉 아파트와 중림창고.에브리아키텍츠 건축사무소

서울 중구 중림동 한 골목, 언덕길을 따라 자리 잡은 ‘중림창고’도 옛 정취 속 세련미를 물씬 풍긴다.

‘중림창고’는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경성수산시장과 역사적으로 관계가 깊다. 1920년대부터 어물전들이 들어서면서 상인들은 남은 물건을 보관할 창고를 골목에 짓기 시작했다. 그렇게 들어선 무허가 판자 건물들이 현재 ‘중림창고’의 전신이다. 이 가건물들은 그대로 방치되다가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2019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다양한 예술 작품과 체험전을 전시하는 공간, 매달 작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책방, 이웃 주민과 방문객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카페 등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며 각각 다른 콘셉트의 매장을 마주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창고 맞은 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1970년에 세워진 ‘성요셉 아파트’와 오랜 상가들이 뿜어내는 옛 풍경도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특히 근처에 있는 약현성당은 국내 최초로 생긴 천주교 성당으로 붉은 벽돌과 낮은 층고, 잘 다듬어진 정원 등으로 운치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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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부터 문화인들의 쉼터였던 통의동 보안여관.보안여관 공식 홈페이지

경복궁 영추문 맞은 편에 자리 잡은 ‘보안여관’은 이미 예술이나 ‘핫플(핫 플레이스)’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이미 익숙한 장소다. 청와대 향하는 방향, 경복궁 근처를 지나간다면 짙은 밤색의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여관’이라는 낡은 간판을 달고 있는 이 건물은 1930년대부터 많은 예술인들이 잠시 머물거나 쉬어가는 장소였다. 서정주 시인이 이 곳에서 김동리, 오장환 등의 시인과 함께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든 것은 유명한 일화다. 또 과거 청와대 직원들이 밤새 일을 하다가 들르거나 경호원들의 면회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2006년 경영난으로 한 차례 문을 닫기도 했지만 한 문화재단이 건물 외벽은 살린 채 내부를 새롭게 단장했다. 현재 과거의 역사와 예술적 감성을 담아내 카페, 서점(보안책방), 전시 공간 (보안1942) 등을 더하고, ‘보안스테이’라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권금주 기자 kjuit@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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