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예 ‘힙’(Hip)함을 더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하면서 주변 상권을 부활시키고 이웃들에게 활기를 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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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회현동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 ‘피크닉’(piknic).피크닉 |
1970년대 한 제약회사 건물로 쓰였던 ‘피크닉’은 한 전시 회사가 전시관, 카페, 소품숍 등이 있는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일부는 옛날 건물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일부는 현대식으로 개조해 고즈넉하고도 세련된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남산과 서울 시내 탁 트인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SNS에 자주 등장하는 인증샷 중에 하나다.
또 ‘피크닉’은 그림이나 사진 전시를 비롯해 음악 감상회, 소설 낭독회, 체험전 등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예술가들이 직접 방문해 관람객들을 만나는 행사도 꾸준히 진행한다.
앞서 故 일본 유명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관객들과 함께 아티스트 토크를 가졌고, 인테리어 및 건축 사진가로 유명한 프랑스 사진가 프랑수아 알라르도 전시를 기념해 관람객들을 만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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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뒤편에 자리 잡은 중림동 골목 내 성요셉 아파트와 중림창고.에브리아키텍츠 건축사무소 |
‘중림창고’는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경성수산시장과 역사적으로 관계가 깊다. 1920년대부터 어물전들이 들어서면서 상인들은 남은 물건을 보관할 창고를 골목에 짓기 시작했다. 그렇게 들어선 무허가 판자 건물들이 현재 ‘중림창고’의 전신이다. 이 가건물들은 그대로 방치되다가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2019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다양한 예술 작품과 체험전을 전시하는 공간, 매달 작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책방, 이웃 주민과 방문객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카페 등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며 각각 다른 콘셉트의 매장을 마주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창고 맞은 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1970년에 세워진 ‘성요셉 아파트’와 오랜 상가들이 뿜어내는 옛 풍경도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특히 근처에 있는 약현성당은 국내 최초로 생긴 천주교 성당으로 붉은 벽돌과 낮은 층고, 잘 다듬어진 정원 등으로 운치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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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부터 문화인들의 쉼터였던 통의동 보안여관.보안여관 공식 홈페이지 |
‘여관’이라는 낡은 간판을 달고 있는 이 건물은 1930년대부터 많은 예술인들이 잠시 머물거나 쉬어가는 장소였다. 서정주 시인이 이 곳에서 김동리, 오장환 등의 시인과 함께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든 것은 유명한 일화다. 또 과거 청와대 직원들이 밤새 일을 하다가 들르거나 경호원들의 면회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2006년 경영난으로 한 차례 문을 닫기도 했지만 한 문화재단이 건물 외벽은 살린 채 내부를 새롭게 단장했다. 현재 과거의 역사와 예술적 감성을 담아내 카페, 서점(보안책방), 전시 공간 (보안1942) 등을 더하고, ‘보안스테이’라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권금주 기자 kjuit@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