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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차로 한 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을회관 겸 웜스페이스 화사. |
[에너지경제신문=런던(영국) 나유라 기자] 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차로 한 시간을 이동한 끝에 도착한 마을회관 ‘화사(HASWA)’는 따뜻하고, 친절한 기운이 넘치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했다.
이 곳 사람들은 외지인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친절한 인사를 건넸고, 길을 묻는 질문에는 자신의 일처럼 휴대폰 지도까지 꺼내며 친절하게 안내했다. 화사는 아시아 사회 복지 협회(Havering Asian Social and Welfare Association)의 줄임말로, 일종의 마을회관이다. 영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고자 도서관·커뮤니티센터·레저센터를 활용해 이른바 난방 쉼터라고 불리는 ‘웜 스페이스(Warm Space)’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화사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산사르 상 나르왈(Sansar Sangh Narwal) 총책임자(매니저)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영국 정부가 전국 커뮤니티 센터, 도서관 등을 활용해 웜스페이스라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마을회관·커뮤니티 센터는 냉난방을 항시 가동 중인 만큼 재원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쉴 수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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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마을회관 겸 웜스페이스 ‘화사(HASWA)의 산사르 상 나르왈(Sansar Sangh Narwal) 매니저. 사진=나유라 기자 |
우리나라의 무더위 쉼터, 한파쉼터와 유사한 형태이지만, 웜스페이스는 지역 주민들의 정서도 돌본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나르왈 총책임자는 "주로 노약자 분들, 저소득층, 한 집에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등이 이곳을 방문한다"며 "하루에 50~70명의 사람들이 오가면서 요가를 배우거나 함께 차를 마시며 외로움도 달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국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특히나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한 달에 지불해야 하는 요금들이 매번 달라지다보니 어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끼니를 거르고, 생필품까지 줄여야만 했다.
"젊은 사람들은 등교를 하거나 출근을 하지만, 어르신들은 수익도 많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냉방, 난방을 가동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웜스페이스는 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추위와 외로움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공간을 제공한다"고 총책임자는 말했다.
화사는 요일마다 저렴한 가격에 강좌를 운영하고, 주말에는 생일파티 등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장소를 대여해 수익을 얻는다. 여기에 런던 시에서 주는 지원금이나 로또 수익금, 독지가들의 기금, 기업들의 기부금 등도 화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재원으로 활용된다. 나르왈 매니저는 "올해 겨울에도 에너지 가격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며 "화사는 어느 누구든지 따뜻하게 맞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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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마을회관에 해당하는 ‘화사(HASWA)’에서 운영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 안내문. 사진=나유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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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 스페이스(Warm Space)’라고 안내된 영국 홀본도서관 내부(왼쪽)와 홀본도서관 입구에 걸린 웜스페이스 안내문. 사진=나유라 기자 |
그러나, 영국의 모든 웜스페이스가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런던 중심가에 있는 웜스페이스 중 일부는 위생·안전 등의 문제로 노숙자와 같은 취약계층의 방문을 꺼리는 곳들이 있었다.
출입문에는 웜스페이스라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정작 실내를 들어가 보면 일반 도서관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홀본도서관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이곳은 홈리스분들이 주로 머무는데, 안타깝게도 이들을 온전히 반길 수 없다"고 털어놓으며 "술 취한 사람들이 들어오거나 도서관을 운영하지 않는 늦은 밤에 출입문을 강제로 뜯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며 이유를 밝혔다.
반면에 대부분의 이용 주민들은 화사 내 질서와 규칙을 잘 지키고 있어 공간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여 말했다. 결국 웜스페이스가 정부의 의도처럼 따뜻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공간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의 성향과 특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ys106@ekn.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