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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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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리보장 없는 에너지법은 '그림의떡;…에너지복지법 있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01 17:25

■에너지빈곤층 사회적 약자 포용을 위한 에너지복지



[인터뷰] 윤석진 강남대학교 공공인재학과 교수



"현행법은 포괄규정 성격…사각지대 해소 법적근거 없어



신법 제정 복지권리 인정, 수급권 강화 등 거버넌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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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강남대 공공인재학과 교수


기후 변화로 지구촌 곳곳에 집중호우와 이상고온, 잦은 대형산불이 빈발하면서 인류를 포함한 자연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에 따르면, 올해 6월 세계 평균 기온은 16.55℃로 역대 관측상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됐고, 7월 들어 지난 3~5일 지구 평균 온도가 사흘연속 17℃를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같은 이상기온과 재해는 자연생태계를 교란해 곡물 및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끼쳐 관련 식품과 제품 가격의 폭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사회 빈곤층에 직접 피해를 입힌다. 전기·가스 등 구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에너지 소외’로 국민행복권과 사회안전망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에너지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기 위한 에너지 복지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국내외 관련 정책과 전문가 제언을 집중 소개한다. <편집자 주>

 기획 연재 순서
 ① 에너지빈곤층 현주소와 에너지복지정책
 ② 에너지 바우처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③ 에너지복지법 신법 제정 필요성 및 효과
 ④ 에너지복지 선진국에 배운다-프랑스
 ⑤ 에너지복지 선진국에 배운다-영국
 ⑥ [좌담회] 사회적 약자 포용을 위한 에너지복지과제 및 방향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에너지법 개정으로 현 에너지복지 체계를 재구축하는 것은 입법 체계상 무리입니다. 에너지법은 에너지복지만을 목적으로 하는 규범이 아니기 때문에 입법 기술상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권리로서 보장되는 에너지복지와 사업 시행을 위해 신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전(前)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법제연구원의 부연구위원 출신 윤석진 강남대학교 교수(공공인재학과)는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 에너지 복지정책 관련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 10여년 간 에너지복지 논의가 지속됐지만 아직 국민들에게는 저소득층 대상 봉사활동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에너지복지법 개별법 제정 논의는 기존 에너지법 일부 조항에 의존했던 에너지복지사업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난 2010년부터 본격화됐다. 그 해 조승수 당시 진보신당 의원의 대표 발의를 시작으로 2010년·2012년 노영민 당시 민주당 의원, 2014년·2016년 이찬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꾸준히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모두 회기중 미처리로 폐기되고 말았다.

윤 교수는 이처럼 관련 발의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로 개별 법안들이 다른 유관 법률과 관계에서 각각 입법체계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 법안에서 정한 에너지복지사업 주체 간 집행체계의 한계 등을 언급했다.

입법체계상 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윤 교수는 국내 에너지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론을 피력했다. 특히, 현행 에너지법에 포괄적 규정만 두고 있는 것이 국내 에너지복지정책의 가장 큰 한계점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수도·전기·가스 등 공공서비스 요금의 광열비 지원이 저소득층 개별가구의 난방 형태와 사용기기 특성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에너지원별 가격 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난방비 지원 중심의 비탄력 체계로 구축돼 있는 탓에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혹한·혹서 등 이상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부연설명했다.

일부 전문가그룹에선 에너지바우처(이용권) 등 국내 대표 에너지복지사업의 ‘신청주의’ 방식 지원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한다.

물론, 신청·접수 등의 과정은 모든 복지 관련 법령에 기본원칙이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1조 제2항에 의거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도 신청자의 동의를 얻어 직권으로 대리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연계·운용하는 에너지법과 에너지복지 지원사업에는 이 같은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에너지복지의 보편성을 강조하면서도 권리로 보장하지 않는 모순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에너지법 제2조 제7의2에 따르면, 에너지바우처는 ‘저소득층 등 에너지 이용에서 소외되기 쉬운 계층의 사람이 에너지공급자에게 제시해 냉방 및 난방 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일정한 금액이 기재된 증표’로 정의되고 있다. ‘권리’가 아닌 ‘증표’로 여겨지는 셈이다.

윤석진 교수는 "에너지법 어디에도 에너지복지의 권리성을 인정할 만 한 근거가 없다. 즉, 에너지빈곤층은 단지 에너지복지사업 절차의 참여자일뿐 권리자의 주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에너지법을 실체적 권리보장이 없는 절차법, 절차적 권리보장이 없는 실체법이라는 점에서 현실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없는 ‘그림의 떡’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복지법 추진 내용
대표발의조승수 의원노영민 의원노영민 의원이찬열 의원이찬열 의원
제안일자2010년 11월 30일2010년 12월 27일2012년 8월 14일2014년 11월 7일2016년 11월 28일
주무부서지식경제부산업자원부
에너지기본권 ▷모든 국민이 생활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에너지 사용으로부터 소외되지 않을 권리
에너지빈곤층 정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구입비용이 가구소득의 상당 비중을 차지함으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
에너지 복지 ▷에너지빈곤층의 에너지기본권 확립을 위해 제공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의 지원
주요 내용▷5년마다 에너지복지기본계획 수립
▷지식경제부와 광역, 기초 지자체에 에너지복지위원회 설치
▷주택에너지 효율 진단, 주택개선, 고효율 기기 교체 지원, 재생에너지 설비 지원 등
▷긴급에너지복지 지원사업 가능
▷5년마다 에너지복지종합계획 수립
▷지식경제부와 광역시도에 에너지복지위원회 설립
▷에너지소비 실태조사 효율성 진단, 효율개선 및 수선 지원, 재생에너지 설비 지원
▷긴급에너지복지 지원사업 가능
▷5년마다 에너지복지기본계획 수립
▷산업자원부와 광역, 기초 지자체에 에너지복지위원회 설치
▷주택에너지 효율 진단, 주택개선, 고효율 기기 교체 지원, 재생에너지 설비 지원 등
▷긴급에너지복지 지원사업 가능
상태임기만료 폐기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또다른 개선 과제로 에너지복지사업에 참여하는 주체를 분류하고, 이를 조직하는 거버넌스 입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윤 교수는 제언했다. 현행 에너지법은 추상·개괄적 일부 규정에 근거하는 만큼 운영주체가 다각화돼 거버넌스 자체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 에너지정책과 연계한 에너지복지 기본계획과 운영기준 수립권을 갖되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와의 협력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거버넌스 구축을 기반으로 에너지복지 정책 일선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관리·감독 등 전반적인 관할권을 부여하고, 행정·재정의 지원을 통한 민간 지원사업의 지속가능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 생활과 밀접한 차원에서 신법 제정을 추진하기 전 사회적 합의를 통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윤 교수는 "무엇보다 에너지빈곤층의 범주를 확정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보편적인 에너지빈곤층 개념을 정의 조항에 명문화해 경제적 빈곤층뿐 아니라 건강빈곤층, 사회적 소외계층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다.

동시에 에너지 빈곤과 상관 없는 자, 에너지빈곤층이지만 자력으로 극복가능한 자, 전적으로 국가 지원이 필요한 자에 대한 기준도 확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만연화된 기후변화 취약계층까지 국가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인 셈이다.

이 밖에 현행 에너지복지지원 사업의 일괄 정비, 광열비 기준의 현실화(에너지 실물 가격 반영), 급여체계(현금급여와 현물급여)의 유연한 운영, 중복지급 또는 오지급 방지를 위한 사후관리 조치도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고 윤 교수는 조언했다.

윤 교수는 국내 에너지복지법 제정의 필요성으로 "종합적으로 체계화된 조직법적 규율과 거버넌스, 국가 에너지정책은 물론 에너지가격·기후변화·에너지빈곤층의 보편성 및 개별성을 고려한 정책실현 등 지금보다 선진화된 정책을 시행하고 에너지복지 수급권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근거법령이 다른 전력산업기반기금, 에너지및지원사업특별회계, 소관 부처의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등이 기금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을 들어 윤 교수는 "기금관리 측면에서도 신법 제정을 통해 통합 규율해 기금운용 주체를 명확히 하고, 관련 입법 간 체계 정합성도 맞춰야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inahohc@ekn.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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