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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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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석유는 석유 공룡이"…美 셰브론도 엑손모빌에 이어 리튬 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25 11:07
엑손모빌 셰브론

▲셰브론(좌), 엑손모빌(우)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석유공룡 셰브론이 엑손 모빌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전기차 대중화로 내연기관차 시대의 종말이 사실상 예고되자 ‘하얀 석유’라 불리는 리튬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마이크 워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리튬을 생산하기 위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석유·가스 생산 경험이 풍부한 셰브론과 같은 기업들이 보유한 핵심 능력이 리튬 채굴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셰브론의 리튬 사업 진출은 미국 최대 석유 기업인 엑손 모빌의 행보를 뒤따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엑손 모빌이 연간 7만 5000∼10만톤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아칸소주 매그놀리아 인근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산됐던 리튬의 15%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WSJ는 전했다.

엑손 모빌은 지난 5월 아칸소주 남부에 위치한 12만 에이커(약 485.6㎢) 규모의 리튬 매장지를 갈바닉에너지로부터 1억달러 이상에 매입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400만톤의 탄산화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약 5000만대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런 우즈 엑손 모빌 CEO는 이달 초에도 리튬 생산을 위한 기획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 석유 공룡들이 리튬 채굴에 나서는 이유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흐름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구성 요소로,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WSJ는 "대체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의 미래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엑손 모빌이 휘발유에 덜 의존하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엑손 모빌은 경량자동차 연료 수요가 2025년에 고점을 찍는 반면 2050년까지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판매비중이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미래에 대한 미국 기업들과 유럽계 석유 메이저들간 시각차다. 미국 석유기업들은 리튬에 이어 수소,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에 열을 올리는 반면 유럽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이어 전력 공급 서비스 등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와 관련해 셰브론은 대규모 태양광이나 풍력 프로젝트에 막대한 투자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수익률이 저조한 반면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셰브론은 에너지 가격 하락에도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셰브론은 최근 실적 공시를 통해 2분기 순이익이 60억 1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동기대비 48%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55억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정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지만 석유공룡들의 호실적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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