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분양·분양임대 아파트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Zero Energy Building)’ 인증을 의무화해야 한다. 제로에너지건축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최종 에너지소비를 ‘0(에너지자립률 100% 이상)’으로 구현하는 ‘탄소중립’ 핵심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립률에 따라 최고 1등급(100% 이상)에서 5등급(20% 이상 40% 미만)까지 나뉜다. 내년에 적용하는 민간 아파트는 최소 5등급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2025년 신규 건축면적의 50%를 제로에너지로 건축할 경우, 연간 260만t의 온실가스 감축과 18만명의 고용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17년부터 제로에너지건축 인증제도가 시작됐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3956건의 본·예비인증을 받았다. 이 중 주거용 공동주택(임대 포함)은 80건을 받았고, 민간에서 신청한 기준으로만 볼 땐 32건 정도밖에 인증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본 인증만을 보면 단 7건에 불과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이같은 상황에서 내년 민간아파트로의 제로에너지건물 최소 5등급 의무화를 두고 필요성과 한계, 아파트 분양시장 및 건설업계와 건설기자재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3회에 걸쳐 기획 취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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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건축물(ZEB, Zero Energy Building)’ 인증을 의무화하면서 해당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국내 첫 제로에너지 아파트인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 전경. 현대건설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정부가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건축물(ZEB, Zero Energy Building)’ 인증을 의무화하면서 해당 정책에 대해 과도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분양가 인상 등 여러 문제가 예상되는 가운데 해당 제도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인증을 받은 아파트 단지에 한해 정부가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인 민간 건축물이나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ZEB 인증을 의무화하며 사업계획 승인을 새로 신청하는 모든 민간 아파트는 적용 대상에 올라간다.
ZEB 인증 제도는 2017년부터 시행됐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민간 참여는 현재까지 아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3956개의 건축물이 ZEB 본·예비인증을 획득했지만 주거용 공동주택(임대 포함)은 전체의 2% 수준인 80개에 불구했고 민간 신청은 32건에 그쳤다.
◇ ZEB 인증 의무화, 건설업계에는 비보?
현재 국제사회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탄소배출’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이다. 이에 정부는 2020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기준 대비 40%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이 같은 상황은 건설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총 탄소 배출량의 4분의 1가량은 건축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는 ZEB 인증 의무화를 통해 친환경 건축물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초기 투자비용, 분양가 인상, 투자비 회수 기간 등의 문제로 현실성에 대한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ZEB 인증 의무화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분양가 인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ZEB 조성 시, 비주거 건축물의 경우 공사비용이 30∼40% 이상 추가 투입되며 공동주택은 표준건축비 상한가격 대비 4∼8%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분양시장은 건자재 가격 및 인건비 인상으로 인한 고분양가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으며 이로 인한 미분양 문제 또한 심각했다.
이러한 가운데 ZEB 인증 의무화로 인해 분양가가 추가 인상된다면 서울과 지방 분양시장의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ZEB 인증 의무화는 아직은 좀 이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해도 현실성을 고려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ZEB 인증을 획득하기 위한 기술들을 신축 아파트에 적용한다면 어쩔 수 없이 단가 및 분양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ZEB 효과는 확실…문제는 적용 기준 완화 및 ‘인센티브’
실제 ZEB로 인한 에너지 절감 효과는 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자립률 23.37%의 국내 첫 제로에너지 아파트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해당 단지 1㎡당 관리비는 1154원 수준으로 입주시기가 비슷한 인근 아파트 관리비(1㎡당 1541원) 대비 33% 이상 저렴했다.
반면 에너지 절감 효과가 확실함에도 기준에서 벗어나 ZEB 인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한 광주시 광산구 도산동 ‘광주도산LH1단지아파트’에는 열전도율을 높여 난방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열판 기술이 시범 적용됐다.
송두삼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광주도산LH1단지아파트와 방열판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인근 단지의 난방에너지 사용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방열판 기술 적용으로 인해 난방 에너지 41%가량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방열판 기술의 에너지 절감 효과는 확실했지만 ZEB 인증 대상에 바닥 난방과 관련된 기술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활용해 건물을 짓는다고 해도 등급을 인정받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가 ZEB 인증제도를 다각도로 활성화하기보다 단열, 창호, 설비, 친환경 환기 시스템 등의 기술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ZEB 인증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도 에너지 절감률만 입증된다면 에너지 자립률 총량에 포함하는 방식 등을 검토 중이며 늦어도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ZEB 인증 의무화에 따른 정부의 인센티브 또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ZEB 인증을 획득하면 등급에 따라 용적률과 건물 높이 제한을 11~15%까지 완화할 수 있으며 이를 최대 20%까지 상향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ZEB 인증 의무화에 대한 정부의 로드맵 구축 및 이행은 필수적이지만 특정 기술만 인증해 주는 등 제도적 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실질적으로 에너지를 얼마나 저감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ZEB 인증을 위해서는 기술 적용뿐만 아니라 관리 시스템 또한 필요하고 이로 인한 공사비 인상은 분명하다"면서 "세제혜택, 용적률의 공격적인 인상 등 이를 상쇄할 정도의 실질적이고 공격적인 인센티브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