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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암호화폐 친화 성향을 보였던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2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비트코인(BTC)·도지(DOGE) 등 관련 코인의 시세는 별다른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더 이상 특정 유명 인사의 발언 등에 의한 단순 기대감만으로는 암호화폐가 큰 유동성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시세는 최근 한 달간 5%가량 하락해 38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리플(XRP)이 증권이 아니라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의 가격이 소폭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전체적인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에 친화적이었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테슬라가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비트코인의 시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테슬라의 올 2분기 매출은 249억달러, 주당순이익(EPS) 0.91달러로 월가의 전망치를 상회한 바 있다. 총매출도 249억2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최근에는 테슬라의 웹사이트 소스 코드상에 비트코인이 결제 옵션으로 추가됐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다. 지난 2021년 일론 머스크가 "자사 전기차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철회한 적이 있는데, 이번 보도로 인해 다시금 비트코인 결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호재에도 비트코인에 시세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21년 15억달러(한화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한 테슬라는 지난 2분기 75%를 매도한 이후 현재 보유량을 유지하는 중이다.
또 다른 ‘테슬라 수혜주’이자 ‘밈 코인’으로 불렸던 도지코인도 부활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기준 도지코인은 90원 초반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지난 한 달간 1%가량 소폭 상승했으나 6개월 기준으로는 16%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도지코인은 어떤 특별한 목적이 없이 무제한으로 발행되는 장난성 코인이었으나, 일론 머스크가 관심을 표하자 지난 2021년 시세가 폭등한 바 있다. 당시 15원에 불과했던 도지코인은 불과 4개월 사이 869원(2021년 5월 5일)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도지코인을 가지고 "스페이스X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겠다" 등 다양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후 암호화폐 침체기를 거쳐 작년 말 코로나 버블이 빠지자 도지코인은 한때 6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아이콘을 시바견으로 바꾸자 일시적으로 시세가 10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시장 형성 과정에서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암호화폐가 등장한 초기에는 투자자들의 기대감만으로 시세에 상당한 변동성을 보였으나, 오랜 시간이 흐르고 투자 열기도 가라앉은 지금은 유명 인사의 단순한 발언이나 관계기업의 호실적만으로는 유의미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시장 초기 단계에서 들어온 투자자들은 대부분 시세 폭락을 견디지 못하고 시장을 떠났다"며 "이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려면 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대량 매수를 공시하거나 관련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고금리가 유지되는 등 지금은 가상자산에 투자하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며 "또다시 ‘코인의 시간’이 돌아오면 전반적인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그 전에는 특별히 구체화된 호재가 있지 않고서야 별다른 상승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