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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한국의 가계부채를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지고 자산 불평등이 심해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0%로 나타났다. 주요 43개국 중 스위스(128.3%),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가장 큰 특징은 고소득 차주·가구 중심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에서 소득 1·2분위(소득 하위 40%)의 비중(차주 기준)은 11%에 불과하지만, 4·5분위(소득 상위 40%)는 76%에 이른다.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대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이 넘는 53.7%가 만기일시상환 방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의 공급 측면 원인으로 가계대출의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꼽았다. 국내은행 수익 구조상 총이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으로 큰데, 가계대출은 기업대출보다 연체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고 안정적이라 금융기관이 가계대출 취급을 선호할 유인이 크다는 것이다.
규제 측면에서는 주요국에서 2012∼2014년에 걸쳐 도입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2019년에서야 활용되기 시작했고, DSR 대상도 대부분의 대출이 포함되는 주요국과 달리 전세자금·중도금 대출 등은 적용받지 않다는 점 등이 언급됐다.
수요 측면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화한 저금리 기조 속에서 늘어난 주택 등 자산투자 목적의 가계대출이 꼽혔다.
단 한은은 이런 배경에서 불어난 가계부채가 금융 불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에서 35% 내외, 광역시에서 45% 내외로 높지 않고, 대출 잔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소득 차주의 상환 능력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단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가 GDP의 100%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소비가 위축되고 금융을 통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낮아져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산 불평등 심화도 우려된다. 한은 분석 결과 2017∼2022년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에서 신규 차입을 선택한 가구의 순자산 증가 폭은 2억8000만원으로, 부채를 보유하지 않은 가구(2억5000만원), 부채 상환 가구(2억4000만원)보다 컸다.
한은은 가계부채를 줄이고 연착륙에 성공하려면 거시건전성 정책 측면에서 DSR 예외 대상 축소, LTV 수준별 차등 금리 적용, 만기일시상환 대출 가산금리 적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을 더 많이 고려한 ‘건전성 고려 통화정책’ 도입이 제안됐다.
이경태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과장은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조합을 통해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을 점진적으로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