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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년 넘는 기간동안 기준금리를 단숨에 5%포인트(p) 인상한 영향으로 촉발된 ‘킹달러’의 시대가 본격 막을 내린 모양새다.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로 긴축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이라는 기대가 커지자 미 달러화 가치가 약 1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년 언젠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만큼 달러화 약세 추이가 지속될 것으로 입을 모은다.
1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9월 선물은 이날 한국시간 오전 10시 기준, 99.627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의 저점(99.272)보다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100선을 밑돌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100 밑으로 떨어진 적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했던 지난해 4월 이후 약 15개월 만이다.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에 따른 달러화 가치의 상승폭이 모두 반납된 셈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가 2024년 중 언젠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 달러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탠더드뱅크의 스티븐 배로우 주요 10개국(G10) 전략 총괄은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완화 사이클로 바뀔 것이란 근거를 기반해 달러화 가치는 몇 년에 걸쳐 하락추이를 이어갈 것"이라며 "다른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달러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BNP 파리바 자산관리의 피터 바살로 펀드 매니저는 "향후 몇 개월에 걸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가장 유력하다"며 미 달러화 대비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그리고 노르웨이 크로네가 특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미 무역적자, 공공부채 급증 등 거시경제적 요인들도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118%로 치솟았는데 이는 2000년(54%) 수준보다 2배 이상이다.
연준이 인플레를 잡으면서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는 시나리오인 이른바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 또한 달러화 약세로 이어진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아문디 자산관리의 파레시 우파드히야야 환율 전략 이사는 무역적자, 부채 급증에 이어 ‘달러 스마일’ 이론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러 스마일 이론은 미국 경제가 호황이나 불황 등 극단으로 쏠릴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성장이 완만하거나 소폭 둔화될 때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각에선 그러나 미 달러화가 본격적인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베스코 자산관리의 조지나 테일러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며 달러 익스포져를 줄이는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같은 날 다른 기사를 통해 연준 인사들이 7월 이후 올해 중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의 마이클 카힐 G10 환율 전략가는 "(미국과 기타 중앙은행들이) 바라보는 인플레이션 양상이 서로 다를 경우 달러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금리를 더 높고 더 길게 유지시키는 반면 연준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중단하는 식이다. 골드만삭스는 또한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언급해 달러 가치의 하락폭이 과거에 비해 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달러화가 작년에 비해 힘이 많이 빠진 만큼 신흥국들에겐 수입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 약세는 또한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며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유, 금 등의 원자재 수요를 늘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