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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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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돈 안되네"…LNG에 눈길 돌리는 글로벌 석유공룡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2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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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엑손모빌, 토탈, 쉐브론, BP, 셸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글로벌 석유공룡들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주목하면서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서 LNG의 필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재생에너지에서 에너지 기업들이 발을 빼고 있는 점 또한 LNG 사업 확대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7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글로벌 석유공룡 셸은 올해 LNG 투자액을 전년 대비 25% 급증한 50억 달러로 늘리고 2025년까지 이 수준으로 유지시킬 예정이다. 와엘 사완 셸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시스템에서 LNG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는 49억 달러를 들여 천연가스 사업 비중이 77%인 영국의 넵튠에너지를 최근에 인수했다. 에니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40억 입방미터에 달하는 가스 공급이 추가로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루마니아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 두 곳은 수십 년간의 논의 후, 흑해 가스 프로젝트에 4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마침내 합의했다.

미국에선 독일, 일본 등을 포함한 주요 구매국들이 장기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신규 LNG 플랜트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의 토탈에너지는 미국 텍사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리오 그란데 LNG 프로젝트’의 지분을 이달 사들였다. 토탈에너지는 또 천연가스 프로젝트 투자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탈에너지는 2030년까지 LNG의 판매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 석유공룡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런던과 싱가포르에서 천연가스 거래를 늘리기 위해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에너지 업계의 합작 프로젝트로는 카타르의 초대형 LNG 증산 사업이 있다. 이 사업엔 토탈에너지,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셸, 에니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잇달아 LNG 사업에 열을 올리는 배경엔 수요가 받쳐줄 것이란 확신이 깔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엑손모빌은 2040년까지 예상되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 증가분의 약 40%가 LNG를 통해 충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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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NG 터미널(사진=로이터/연합)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LNG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블룸버그는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분주하고 있고 신흥국들은 공급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 600억 입방미터에 달하는 천연가스 생산능력이 새로 승인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 10년전과 비교했을 때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또 LNG 주요 소비국인 중국은 지난 20일 카타르와 27년 장기 LNG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독일 국영 에너지기업 SEFE는 지난 20일 러시아 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 벤처글로벌LNG로부터 20년간 매년 225만톤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독일은 2030년까지 LNG 수입능력을 연 7070만톤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현실화된다면 독일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LNG 수입능력이 큰 국가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전했다.

에너지 기업들의 친환경 사업 수익성이 저조한 것도 ‘LNG 드라이브’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결과가 안 좋은 사업을 빨리 정리해 기업 실적을 향상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사울 카보닉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주주들도 업계가 천연가스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LNG는 수익성이 높았던 반면 청정에너지는 고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일부 기업들은 수익성이 저조한 탓 재생에너지 투자를 재검토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셸은 수익률이 낮을 것으로 예측된 해상풍력, 수소, 바이오연료를 포함한 여러 친환경 프로젝트를 이미 중단한 상태다. 셸은 또 100%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 소매 사업을 영국, 독일, 네덜란드에서 철수하기로 이달 초 결정했다.

그러나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이같은 행보는 IEA가 과거 제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상반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IEA는 탄소중립을 위해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사용을 대대적으로 줄여야 하고 신규 개발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도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기후) 재앙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며 화석연료 업계의 에너지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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