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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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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를 틈없다"…'역대급' 엔화 환율, 어디까지 오를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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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유로화, 스위스 프랑화 등 주요 기축통화들에 비해서도 엔화 통화가치가 몇십년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엔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45엔에 바짝 다가서자 엔화가치 회복을 위한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기조에도 변화가 따를지 관심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3엔선을 돌파해 연중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엔화 환율이 ‘1달러=143엔’을 돌파한 적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기축통화인 스위스 프랑화 대비 엔화 환율도 이날 1프랑당 159.22엔 가까이 치솟으면서 1979년 당시 최고치를 돌파했다. 엔·프랑 환율은 이에 그치지 않고 ‘1프랑=160엔’까지 근접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인베스팅닷컴을 통해 나타났다. 

엔화는 유로화에 비해서도 역대급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23일 오전 10시 40분 기준 엔·유로 환율은 1유로당 156.42엔으로 연중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율이 유로당 156엔을 웃돈 적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 파운드화 대비의 경우, 환율이 파운드당 181.82엔으로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이달 들어 엔화 가치가 숨고를 틈이 없을 정도로 빠지고 있다"며 "목요일(22일)에는 주요 10개국 통화대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주요 통화국 대비 엔화 환율이 급등(엔화가치 하락)하고 있는 핵심적인 원인은 통화정책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긴축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주요 국가들과 금융완화 정책을 고집하는 일본의 금리차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에 세계 곳곳에서 '엔 매도'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배녹번글로벌의 마크 챈들러 수석 시장전략가는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금리 격차"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을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상·하원 통화정책 보고에서 올해 기준금리 두 차례 추가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준금리를 8회 연속 올린 유럽중앙은행(ECB)도 7월 또 한차례의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고 22일(현지시간)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시장 예상을 깨고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BOE와 같은 날, 스위스중앙은행(SNB)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마이너스 금리를 이어왔던 SNB는 작년부터 글로벌 긴축 행렬에 동참해 기준금리를 250bp(1bp=0.01%포인트) 끌어올렸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끈기 있게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엔화 통화가치의 추가 약세를 사실상 예고하는 셈으로, 환율 안정화를 위한 당국이 개입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말 엔화 환율 전망치를 기존 140엔에서 145엔으로 높이고 최대 147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주 최대은행인 커먼웰스뱅크(CBA)의 크리스티나 클리프턴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비둘기파적 태도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극명한 대조는 엔화 환율이 더 오를 것을 시사한다"며 "엔화 약세는 당국의 구두 개입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페퍼스톤그룹의 크리스 웨스턴 리서치 총괄은 "구두 개입이 실제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며 "(구두 개입은) 엔화 매도자들에게 실제 개입이 임박했다고 통보하는 역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 통제(YCC) 정책을 변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지만 현 상황에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엔화 변동성이 1개월짜리보다 3개월짜리가 더 크다"며 "일본은행의 9월 정책회의가 트레이더들에게 있어서 잠재적 리스크 이벤트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의 9월 회의가 엔화환율 전망에 새로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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