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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가망신 시켜주겠다"…거래소 찾은 검찰총창의 일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22 15:18

검찰 수장 사상 처음 한국거래소 방문

라덕연 사태 등 불공정거래 관련 논의



손병두 이사장과 관련한 면담 진행

거래소도 부담감 감독 수위 높아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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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앞줄 가운데)가 22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뒷줄 가운데)은 이 총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사진=강현창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의 수장이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리자 엄단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사법당국의 행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 방문해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을 만났다.

이 총장은 면담을 나누기 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일어난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 등에 대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 총장은 최근 무더기 하한가 등 주식시장의 교란행위에 대한 조사 상황을 묻는 질문에 "검찰 경력 중 15년 이상을 금융·증권 범죄 수사에 바쳤다"며 "불공정거래를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심어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총장이 거래소에 직접 방문한 것은 시장 자율규제기관과의 협력을 돈독히 하기 위해서"라며 "최근 발생한 불공정 거래 행위들을 토대로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검찰이 함께 심리 조사기관 협의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의 이날 방문 배경에는 지난 4월 말 하한가 사태가 있다. 당시 차액결제거래(CFD) 제도를 악용해 불공정거래를 진행하던 라덕연 일당이 주식시장에서 8개 종목의 동시 하한가 사태를 유발했다. 이어 이달 14일에도 5개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또 터졌다.

그동안 이 총장은 취임 초기부터 증권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혀왔다. 취임 직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만나 금융정보분석원(FIU) 검사 파견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기관 협조 문제를 논의한 바도 있다.

이에 이번 검찰 수장의 거래소 방문을 계기로 검찰과 거래소 간의 공조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현재 거래소의 시장감시 시스템은 불공정거래를 적출해 심리한 뒤 수집한 자료를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통보’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거래소에 직접 특사경을 설치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추적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상황이다.

반면 이번 검찰총장 방문이 거래소 입장에서 마냥 반갑기는 어려우리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으로 정치권에서 거래소에 대한 관리감독 수위를 높이려 하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은 거래소가 공공기관 해제 후 국회 상임위 소관에서 배제돼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중이다. 거래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정례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정무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에 거래소 입장에서는 이번 검찰총장 방문이 일종의 ‘시집살이’로 느껴질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쳐 CFD를 활용한 주가조작으로 결론 나고 있는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불공정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에 큰 구멍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관련 시스템을 모두 손봐야 하고 거래소도 개선 작업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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