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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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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어디가 더주나"...각국 지원책에 신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21 12:12

미국·EU·일본·인도…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 위해 보조금 130조원 지급

반도체

▲반도체(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유럽과 인도마저 참전하면서 패권 경쟁이 전 세계로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정부가 적극 호응하면서 보조금 규모도 불어나 국가별 보조금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들에겐 보조금을 통한 비용절감, 국가에겐 반도체 산업 주도권 확보 등의 효과를 누려 서로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인도가 인텔·TSMC·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자국으로 유치시키기 위해 약속한 지원금이 1000억달러(약 130조원)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엔 유럽이 반도체 제조시설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반도체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고 기업들은 이 틈을 타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가운데 EU의 비중을 기존 9%에서 2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EU 반도체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러한 유럽판 ‘반도체 굴기’의 주요 파트너는 미국의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 주부터 3개(폴란드·이스라엘·독일)의 해외 반도체 공장 설립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투자금액은 500억달러 이상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반도체공장 확장에 300억유로을 투자하기로 했고 독일 정부가 인텔에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은 당초 68억 유로에서 100억 유로로 늘어났다. 인텔은 또 이스라엘과 폴란드에 각각 250억달러, 46억달러를 들여 반도체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인텔

▲(사진=로이터/연합)

유럽의 보조금을 눈독들이는 기업은 인텔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글로벌파운드리스는 EU 반도체법을 통해 비용의 40% 가량을 보조금을 통해 지원받았다"고 전했다.

세계 파운드리 1위인 TSMC도 독일 신규 공장 건설 비용의 최대 50%를 보조금 형태로 받기 위해 독일 정부와 협상 중이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현 공장 건설에 드는 비용 중 4760억엔을 TSMC에게 보조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 인도도 보조금을 약속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마이크론의 27억달러 규모 반도체 패키징 공장 설립을 승인했다. 인도 정부는 이와 동시에 13억 4000만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날부터 방미 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나왔다. 특히 22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국빈만찬을 갖는다.

이렇듯 세계 각국이 보조금을 내걸면서까지 반도체 기업 유치에 총력을 가하는 배경엔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대만 갈등 등 지정학적 요인이 업계 우려사항으로 떠오르면서 생산시설을 안전한 위치로 이동해야 할 필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기업들 입장에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보조금을 통해 비용절감에 나설 수 있다. 각국 보조금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반도체 기업들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각국의 보조금에도 큰 변화가 따르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거액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자국에 유치해도 해외 의존도는 여전해 글로벌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의 클레멘스 푸에스트 회장은 "공급망 안보를 약간 높이기 위해 막대한 돈을 뿌리는 것이 우려된다"며 "모든 일들이 제대로 이뤄져도 우리는 반도체 칩 80% 가량을 수입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나친 보조금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TSMC 모리스 창 창업자는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에서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자급자족을 달성하지 못한 채 관련 비용만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정부의 보조금 살포는 납세자들의 반발을 일으킬 리스크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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