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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이 8년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18일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출국장 탑승 수속 카운터가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엔화가 8년 만에 장중 800원대로 떨어지는 등 기록적인 엔저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행·항공주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당분간은 엔화 약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장중 100엔당 902원대까지 떨어졌다. 전날에는 장중 원·엔 환율이 100엔당 897.49원까지 하락해 2015년 6월 880원까지 떨어진 이후 8년 만에 900원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 저렴하게 일본 다녀올까?… 수요 폭증
이날 하나투어는 전일 대비 0.73% 오른 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노랑풍선도 8100원으로 전일 대비 1.12%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두 종목은 모두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지난 19일까지 2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모두투어는 1만8320원으로 전일 대비 소폭 하락 마감했다. 대한항공, 제주항공 등 대표적인 항공주 역시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2거래일째 상승세를 기록했으며 티웨이항공은 전일 대비 0.71% 상승한 3555원에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여행·항공주 주가 상승에는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 약세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일본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일본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여행·항공주는 연초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에 반짝 상승했으나 중국 수요가 예상만큼 회복되지 못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웃을 수 있게 됐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하나투어의 일본 패키지 예약 수치는 전주(지난 5~11일) 대비 29.1% 증가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일본 여행 선호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환율이 여행지 선정에 최우선 요인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여행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주요 여행사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이 최근 3년 내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한 부분 역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증권사에도 투자 매수 의견을 내면서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우재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나투어를 여행산업 내 최선호주로 분류하고 목표주가를 7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우 연구원은 "하나투어는 연결기준 매출액이 이전 분기 대비 80% 증가하고 패키지 송출객이 26만명으로 이전 분기 대비 92% 증가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패키지 주요 고객인 중·장년층의 출국이 본격화됨에 따라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코로나19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엔테크 몰리고 일학개미 거래량도 쑥
원·엔 환율 하락에 엔테크(엔화+재테크)로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환차익을 노리고 원화를 앤화로 바꾸는 수요가 늘면서 엔화 매도 규모가 증가했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지난달 기준 엔화 매도액은 301억6700만엔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374억9500만엔)보다 73억2800만엔이 증가한 수치다.
일본 주식으로 눈을 돌린 일학개미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는 이달에만 5900건으로 지난 1~4월 평균(5625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아직 6월이 열흘 넘게 남은 점을 감안하면 이달 매수 건수는 이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일본 당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에 힘입어 원·엔 환율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BOJ)의 통화 완화 정책이 엔화 약세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지만 지난해 약세 국면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일본 경제 펀더멘털 개선이 가시화되고 BOJ가 통화정책 출구 전략을 찾으면서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