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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왼쪽 두번째)이 직원들의 의전을 받으며 퇴근하고 있다. 사진=강현창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법원의 취업 제한을 어기면서 매주 회사로 출근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 전 회장은 2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적으로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21일 에너지경제의 취재에 따르면 여전히 최 전 회장은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SK네트웍스 본사에 출근하고 있다. 확인 결과 최 전 회장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회사를 찾았다.
◇ 매주 두차례 회사로 출근… 수행직원도 있어
지난 21일 화요일에도 최 전 회장은 오전 9시 이전에 회사로 출근한 뒤 점심때가 돼서야 회사를 나섰다. 본보가 직접 확인한 최 전 회장의 외출길에는 수행비서와 운전기사 등 약 5명 가량의 직원이 직접 회장을 수행하며 배웅했다. 수행하는 직원 중 여성 2명은 최 회장과 같은 차에 올랐다.
의전의 수준은 현재 SK네트웍스의 최성환 사장보다 최 전 회장이 더 높았다. 이날 최 전 회장의 아들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은 운전기사 1명의 수행을 받으며 회사를 떠나 아버지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취재 결과 SK네트웍스는 최 전 회장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회장 업무와 관계가 없는 부서에서 배치하고 표면적으로는 다른 업무를 맡겼다. 이들은 평소 소속 부서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최 전 회장이 출근하는 날이면 업무를 바꿔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회장의 출근은 회사 내부에서는 비밀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SK네트웍스 직원은 최 전 회장이 1심 판결 이후에도 변함 없이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가 2021년 4월부터 사용 중인 현재 사옥에는 지하주차장이 없다. 1층 주차 공간은 최 전 회장과 최 사장의 전용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었다. 최 전 회장은 2021년에 등록된 국산 SUV 리스차량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최 전 회장이 출근하고 퇴근하는 모습은 사옥 앞을 지나는 직원과 외부인 모두가 확인할 수 있다.
한 SK네트웍스 내부 관계자는 "최 전 회장이 매일은 아니지만 매주 정해진 날에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며 "출근해서 어떤 업무를 보는 지는 모르지만 담당하는 직원도 따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2021년 경영에서 물러나고 취업제한도 걸려
최 전 회장은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선경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형이다.
공식적으로 최 전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21년 10월 최 전 회장이 관련된 모든 직책에서 사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최 전 회장은 SK네트웍스와 SKC, SK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에서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 가족·친인척 등 허위급여, 워커힐 호텔 빌라 거주비,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계열사 자금지원 등 명목으로 2235억원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다가, 구속기간 만료로 9월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 중이었다.
이어진 1심 판결은 최 전 회장의 은퇴에 쐐기를 박았다. 2022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최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 결과 최 전 회장은 경영에서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 전 회장은 최종 형기가 끝나고 5년간 취업을 제한받기 때문이다.
다만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법정에서 구속하진 않았다. 나이 등을 고려해 최종 재판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 법원 배려에도 취업제한 무시…회사는 공식 부인
하지만 최 전 회장이 취업 제한을 어기면서 2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법원의 관용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또 현재 공식적으로 회장직을 은퇴하고 취업제한까지 받는 최 전 회장을 수행하는 SK네트웍스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최 전 회장을 수행하고 의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절차는 사실상 ‘비공식’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SK네트웍스를 경영하고 있는 최 사장에게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측은 최 전 회장의 출근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한 관계자는 "최 전 회장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회사와 관련이 없는 상태로 출근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점심약속 등 근처에 일정이 있을 때 회사에 잠시 들러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