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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 '취업제한' 무시하고 출근 강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21 10:41

경영은퇴에 이어 유죄 판결에 따른 취업 제한

모두 무시하고 매주 두차례 정기적 회사 출근



"담당직원 배치" 비서 의전… SUV 리스車 이용

취업제한 어기며 2심 준비… 법원 관용 미지수

회사 측, 공식적으로 최 전회장과 회사 관계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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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왼쪽 두번째)이 직원들의 의전을 받으며 퇴근하고 있다. 사진=강현창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법원의 취업 제한을 어기면서 매주 회사로 출근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 전 회장은 2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적으로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21일 에너지경제의 취재에 따르면 여전히 최 전 회장은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SK네트웍스 본사에 출근하고 있다. 확인 결과 최 전 회장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회사를 찾았다.


◇ 매주 두차례 회사로 출근… 수행직원도 있어

지난 21일 화요일에도 최 전 회장은 오전 9시 이전에 회사로 출근한 뒤 점심때가 돼서야 회사를 나섰다. 본보가 직접 확인한 최 전 회장의 외출길에는 수행비서와 운전기사 등 약 5명 가량의 직원이 직접 회장을 수행하며 배웅했다. 수행하는 직원 중 여성 2명은 최 회장과 같은 차에 올랐다.

의전의 수준은 현재 SK네트웍스의 최성환 사장보다 최 전 회장이 더 높았다. 이날 최 전 회장의 아들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은 운전기사 1명의 수행을 받으며 회사를 떠나 아버지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취재 결과 SK네트웍스는 최 전 회장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회장 업무와 관계가 없는 부서에서 배치하고 표면적으로는 다른 업무를 맡겼다. 이들은 평소 소속 부서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최 전 회장이 출근하는 날이면 업무를 바꿔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회장의 출근은 회사 내부에서는 비밀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SK네트웍스 직원은 최 전 회장이 1심 판결 이후에도 변함 없이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가 2021년 4월부터 사용 중인 현재 사옥에는 지하주차장이 없다. 1층 주차 공간은 최 전 회장과 최 사장의 전용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었다. 최 전 회장은 2021년에 등록된 국산 SUV 리스차량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최 전 회장이 출근하고 퇴근하는 모습은 사옥 앞을 지나는 직원과 외부인 모두가 확인할 수 있다.

한 SK네트웍스 내부 관계자는 "최 전 회장이 매일은 아니지만 매주 정해진 날에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며 "출근해서 어떤 업무를 보는 지는 모르지만 담당하는 직원도 따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2021년 경영에서 물러나고 취업제한도 걸려


최 전 회장은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선경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형이다.

공식적으로 최 전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21년 10월 최 전 회장이 관련된 모든 직책에서 사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최 전 회장은 SK네트웍스와 SKC, SK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에서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 가족·친인척 등 허위급여, 워커힐 호텔 빌라 거주비,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계열사 자금지원 등 명목으로 2235억원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다가, 구속기간 만료로 9월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 중이었다.

이어진 1심 판결은 최 전 회장의 은퇴에 쐐기를 박았다. 2022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최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 결과 최 전 회장은 경영에서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 전 회장은 최종 형기가 끝나고 5년간 취업을 제한받기 때문이다.

다만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법정에서 구속하진 않았다. 나이 등을 고려해 최종 재판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 법원 배려에도 취업제한 무시…회사는 공식 부인


하지만 최 전 회장이 취업 제한을 어기면서 2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법원의 관용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또 현재 공식적으로 회장직을 은퇴하고 취업제한까지 받는 최 전 회장을 수행하는 SK네트웍스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최 전 회장을 수행하고 의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절차는 사실상 ‘비공식’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SK네트웍스를 경영하고 있는 최 사장에게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측은 최 전 회장의 출근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한 관계자는 "최 전 회장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회사와 관련이 없는 상태로 출근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점심약속 등 근처에 일정이 있을 때 회사에 잠시 들러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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