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로이터/연합) |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수익률 상위 5개 비(非) 레버리지형 ETF 중 모두가 암호화폐 관련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뉴욕증시에서 Valkyrie Bitcoin Miners ETF(티커명 WGMI)와 VanEck Digital Transformation ETF(티커명 DAPP)는 올 들어 각각 130%, 110% 가량 올랐다.
또 Bitwise Crypto Industry Innovators ETF(티커명 BITQ)는 99% 가량 상승했고 Global X Blockchain ETF(티커명 BKCH)와 Invesco Alerian Galaxy Crypto Economy ETF (티커명 SATO)의 수익률 또한 85%를 넘는다.
특히 WGMI의 경우 미국 나스닥100지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티커명 TQQQ)의 올해 수익률인 132.70%와 큰 차이가 없다.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Proshares Bitcoin Strategy ETF(티커명 BITO)는 올해 40%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관련 ETF들을 외면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WGMI, DAPP, BITQ, BKCH, SATO 총 5개 ETF에 자금이 유입된 규모는 1000만달러(약 127억5200만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히려 시장에서 탈출하려는 투자자들의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는다. 비트코인 시세를 포함해 암호화폐와 연관된 모든 것들을 추종하는 ETP들에서 지난 6개월 동안 1억7200만달러(약 2194억원)의 자금이 이탈됐다. 지난해의 3700만달러(약 472억원) 유출에 이어 2년 연속 자금이 빠져나가는 추이다. 2020년과 2021년 해당 ETP들에 각각 67억달러(약 8조5564억원), 100억달러(약 12조7710억원)씩 유입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데 따른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리서치업체 베타피(VettaFi)의 록사나 이슬람 리서치 총괄은 "2020년, 2021년과 달리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이라며 "시세 폭락, 변동성에 큰 손해를 입었던 투자자들은 작년부터 시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 시세가 지난 몇 달 동안 3만 달러 밑에서 횡보하고 있는 점도 새로운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
▲올해 비트코인 시세 추이(단위:1000달러, 사진=코인마켓캡) |
이런 와중에 FTX 거래소 붕괴, 루나·테라 폭락 사태, 당국 규제 등이 업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디지털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의 쟌 마리 모그네티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종말은 아니지만 호황기 또한 아니다"라며 "수많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파악하려는 환경이 펼쳐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금융감독 당국은 암호화폐 업계에 칼을 빼든 상황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았으며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시기에도 안정성 측면에서 불안했다"고 짚었다.
여기에 최근엔 인공지능(AI) 중심으로 투자열풍이 일어나고 있어 비트코인 시대가 끝난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제임스 세이파트 애널리스트는 "AI가 떠오르고 있어 암호화폐가 빛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