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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국제공항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연합) |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세계에서 발생한 기내 난동이 568편당 1건으로 집계됐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이는 2021년 835편당 1건에서 약 47% 급증한 수치다. 여객기 내 흡연, 안전띠 미착용 등 지시 불이행 빈도가 37% 늘었고 언어폭력과 기내 만취 빈도는 각각 61%, 58% 증가했다.
기내 난동 사건은 항공편 구분 없이 세계 곳곳에서 골고루 급증 추이를 보이는 등 글로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지 당국 및 매체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항공편에서 발생한 기내 난동 건수는 783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 수준 대비 49% 증가한 수치다. 또 영국 항공편의 경우 2019년 기내 난동 사건은 373건으로 나타났는데 작년엔 1028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호주에선 여행객들이 공항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호주연방경찰(AFP)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시드니·멜버른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공공 소란, 폭행, 만취, 공격적인 행동 건수는 463건으로 전년 동기대비(279건) 65% 가량 늘었다. 올해의 경우 연초부터 지난 5월 14일까지 이러한 건수가 401건으로 집계되는 등 여행객 난동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눈에 띄는 사례들도 포착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1월 에어인디아 여객기에서 한 남성이 다른 승객을 향해 소변을 본 사례가 가장 악명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 남성은 글로벌 금융사 웰스파고의 인도지사 부사장으로 알려졌다. 영국계 간부직으로 일했던 한 남성은 지난달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에서 채식 기내식만 제공된다는 이유로 승무원들을 향해 폭행을 가한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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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후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한 30대 A씨가 착륙 직전 출입문을 개방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진은 A(검은색 상의)씨가 대구 동촌지구대에서 대구 동부경찰서로 옮겨지는 모습.(사진=연합) |
기내 난동은 과거부터 꾸준히 일어났던 일이지만 엔데믹 국면을 맞아 유독 급증해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각국의 방역 규제 등이 여행객 태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인도 저가항공사 인디고의 피에터 엘버스 최고경영자(CEO)는 "한때 텅텅 비었던 여행객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꽉 찼는데 사람들은 무리에 속하는 것에 대한 감각을 여전히 잃은 상황"이라며 "이는 불안감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미 비행승무원노조(AFA-CWA)의 사라 넬슨 회장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집에서만 머물렀기 때문에 여행 에티켓을 잊어버리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해 한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익숙한 여행객들이 아직도 많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30대 남성이 지난달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한 사고가 이런 불안감에 따른 사례 중 하나로 소개했다. 착륙 직후 체포된 그는 "비행기 착륙 전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서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
승객들이 만취한 채 여행기에 탑승하는 경우가 흔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넬슨 회장은 "팬데믹 기간 당시 공항에서는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술을 테이크아웃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흔했다"며 "승객들은 감독 및 규제 없이 술을 마신 후 탑승구에 올랐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구촌 왕래가 급증한 점도 기내 난동 증가로 이어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비싼 비행기값에 소비자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며 "여객기 및 근로자 부족으로 인한 항공편 결항, 수하물 분실 및 손상, 공항 혼잡 등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