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사우디 감산 안 통하네"…국제유가 다시 추락, 강세론자도 등돌린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12 11:50
2023061201000518100025331

▲OPEC 로고(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카드’가 갈수록 시장에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공급 물량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반면 수요는 갈수록 위축되서다. 대표적인 강세론자 골드만삭스마저 올해 유가 전망치를 또 다시 하향 조정해 시장 향방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원유 트레이더들은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을 무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들을 향한 경고의 목소리를 수차례 강조해왔고 이달 초에는 사우디만 오는 7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어치 추가 감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9일 배럴당 70.17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는 등 이달 OPEC+ 정례회의 이전 수준으로 다시 추락했다.

유가 하락세는 12일 장중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12일 오전 11시 50분 기준, WTI 가격은 배럴당 69.47달러를 보이고 있어 70달러선이 또다시 무너졌다.

시장이 유가 하방 요인들에 무게를 기울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첫 번째 요인으로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지난해 12월말 수준 대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말 4주 평균 수출량은 하루 258만 배럴로 집계됐는데 지난 4일에는 평균치가 373만 배럴로 뛰었다.

러시아는 지난 3월부터 50만 배럴어치 자발적 감산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증거는 거의 전무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2023-06-12_113527

▲지난 1년간 WTI 가격 추이

여기에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개월째 50 아래로 떨어져 경기 수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원유시장에선 불확실성이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라며 "중국 경제가 약화되거나 기대치를 못 칠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의 원유재고 또한 2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글로벌 원유 수요가 당장 반등하지 못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경제상황도 암울하다. JP모건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업 활동은 9개월 연속 수축기에 머물러 있고 미국의 트럭 운송 규모는 2021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바다 위에 떠도는 원유 물량 또한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몇 달 동안 줄어들긴 했지만 해상 원유운반선은 지난해 5월에 비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목격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은 "산유국들은 여러 곤경에 처해 있다"며 "수요는 갈수록 약해지는 반면 비OPEC 원유공급은 예상됐던 것보다 연말까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제유가 강세론자도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올 연말 국제유가 전망치를 기존 95달러에서 86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을 고수해왔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전망치를 세 차례 하향조정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제프리 커리 리서치 총괄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렇게 오랫동안 틀렸던 적이 없었다"며 "우리의 이러한 견해를 바꿀 만한 증거 또한 아직 못봤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