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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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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쿼터 2배 늘렸지만 中企 인력난 고통…속사정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01 17:35

중기중앙회 '외국인력 토론회', 외국인근로자 이직 허용 개편 요구
외국인근로자, '블러드캡슐' 등 이직·태업 위한 방법 SNS로 공유
中企업계 "이직·태업에 속수무책...이직 제한·분쟁 조정 필요"

사업장 변경제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외국인력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윤석열 정부가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고용허가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외국인근로자 쿼터(도입한도)를 대폭 늘리고 있음에도 외국인근로자의 잦은 이직과 교묘한 태업 때문에 인력난이 여전하다는 중소기업계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개최한 ‘중소기업 외국인력 정책토론회’에서 참석 중소기업 대표들은 이 같은 현장의 애로를 토로하며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전면 손질과 외국인근로자 이직 제한 제도인 ‘사업장 변경제’의 개선을 촉구했다.

먼저, 참석자들은 윤 정부 출범 후 확대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쿼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비숙련근로자 의존도가 높은 제조 중소기업의 고용난 해소를 위해 비전문취업비자(E-9 비자) 근로자 쿼터를 지난해 6만9000명으로 전년대비 1만명 늘린데 이어, 올해에는 코로나 이전의 2배 규모인 11만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쿼터를 늘려도 사업장 변경제의 허점을 이용한 외국인근로자의 잦은 이직과 태업으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등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사업장 변경제는 사용자에게 귀책이 없는 한 외국인근로자의 이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3년간 3회(연장시 4년 10개월간 5회)에 한해 이직을 허용하는 제도로, 외국인근로자의 거주·이전 등 기본권 보호와 중소기업의 인력확보 요구를 절충한 제도이다. 노동계는 이 제도 자체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나 지난 2021년 헌법재판소는 외국인노동자 이직을 제한하는 이 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에 따른 중소기업 애로사항. 자료=중소기업중앙회

그럼에도 20~30대가 대다수인 외국인근로자들은 SNS로 정보를 공유하며 생활환경이 좋은 수도권 또는 친구들과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입국 후 1년도 안돼 사용자에게 이직을 요구하고, 거절당할 시 ‘블러드캡슐(빨간 액체를 담은 캡슐. 입에 넣고 터뜨리면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임)’ 등을 이용해 꾀병과 태업을 벌인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토론회 주제발표를 한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58.2%는 입국후 6개월 이내에 (사용자 귀책 없음에도) 계약해지를 요구받고, 이를 거절시 85.4%가 태업·꾀병·무단결근 등을 경험하며, 계약해지를 요구받은 중소기업 96.8%는 결국 계약을 해지해 준다"고 말했다. 그 결과 현재 E-9 근로자의 42.3%는 첫 직장 근무기간이 1년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토론에 참여한 중소기업 대표는 "외국인근로자가 숙련될 때까지 회사는 투자를 하는 셈인데 1년도 안돼 이직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시 태업을 벌이는 것은 납기일 맞춤이 생명인 중소기업에겐 피가 마르는 어려움"이라며 "MZ세대인 외국인근로자는 SNS 등으로 국내 노동법 체계와 허점을 사용자보다 더 잘 알지만 사용자 보호장치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는 현재 조기이직자·장기근속자 구분없이 일률적으로 4년 10개월 체류를 허용하는 방식 대신 입국 첫 사업장 장기근속자의 경우 체류기간연장, 공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장 변경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동종업종으로만 이직 허용 △이직 허용시 신규인력 우선배정 △계약기간 동안 사업장 변경 금지 △태업 등 부당행위시 강제 출국 등 제안도 나왔다.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올해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20년째를 맞는 만큼 전면적 손질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 고용허가제 개편안이 보다 속도감 있게 시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인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실 서기관은 "중소기업계와 노동계의 목소리를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말해 균형점 찾기가 쉽지 않음을 내비치면서도 "지난해부터 사업장 변경제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논의중인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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