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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종 교수가 31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된 ‘기업의 숨통을 틔워라 - NDC 감축목표와 에너지 안보’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와 안보를 고려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현실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한국전력공사의 역대급 적자로 송전망 확충이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이나 재생에너지 모두 확충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지금의 계획대로 이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에너지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탄소중립 추진은 한전은 물론 국가 전체의 경제,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는 전력산업연구회가 31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된 ‘기업의 숨통을 틔워라 - NDC 감축목표와 에너지 안보’세미나 발표에서 "인구감소, 노령화 가속화, 지역소멸로 국가 경제성장률 하락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탄소중립 투자로 인한 자본 감소는 미래 국가 경제성장력 자본 투자 부족, 국가 재정난, 연금난을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세계는 탄소중립이라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하고 있다. 탄소를 줄이겠다는 담합게임인데 누구나 배신할 수 있다. 적발도 쉽지 않고 적발돼도 패널티를 물기도 힘들다. 그래서 누구나 지키지 않으려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이미 누군가는 몰래 배출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과 서비스업이 발달한 서유럽 국가들은 탄소감축 목표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확인하기도 어렵지만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는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감축은 국가마다 상황이 다 다르다. 우리는 탄소중립을 주도하는 국가들보다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수년 전부터 이렇게 경고했지만 아직까지 변화가 없다. 탄소중립 달성은 경제와 국방, 안보를 모두 포괄하는데 우리가 NDC를 만들 때는 이런 고려가 없었다. 단지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졌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열역학에 따르면 에너지를 손실 없이 다른 에너지로 바꿀 수 없다"며 "우리의 제조업 분야는 대부분이 열을 사용하고 있는데 탄소중립이 달성되려면 CO2가 안나오는 열 부분까지 흡수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는 여전히 77%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비행기와 배 등을 재생에너지 배터리로 띄울 수 있어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 시점이 언제일지 생각해보면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결국 모든 분야의 전기화를 해야하는데 송배전망 투자 여력도 없는 한전의 상황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 국내의 전력소비는 생산 측면이 훨씬 많다. 소비에서는 전력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은 자국에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소비를 훨씬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는 GDP와 탄소중립 배출 비율이 정비례한다. 중국은 2배, 인도는 3배를 배출하고 있다. 이런 국가들이 줄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우리에게 기후악당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작년에 재생에너지 투자가 최초로 화석연료 투자를 넘어섰다. 그런데 대부분이 보조금 지출이다.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보조금 사업은 다 실패했다"며 "4조 달러 이상을 매년 투자해야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에너지가격 인상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국들도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따라서 재생에너지 일변도로는 NDC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원전의 계속운전과 함께 신규원전의 가동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NDC 목표 달성을 위한 합리적이며 물리적으로 가능한 전원믹스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원믹스에 대한 재검토 시 석탄발전 상한제는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석탄발전을 가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석탄발전 상한제를 잠정적으로 중단할 필요가 있다"며 "LNG 복합화력이나 CHP(열병합발전)도 석탄대비 0.4배 많은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고 특히, 국제 천연가스 가격리스크가 노출된 만큼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축사에 나선 김정관 전 산업부 차관은 "송배전망 확충 등 탄소감축을 위한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전력산업 생태계가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한 책임은 확실히 전 정부에 있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가 나서서 구조를 고쳐야 한다"며 "물론 정부에만 맡길 수는 없다. 민간과 학계의 전문가들이 침묵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정부가 움직이고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