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하반기 전세가격 고점 매물 계약 만료 시기가 올 하반기로 다가오면서 ‘역전세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서울 한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2021년 하반기 전세가격 고점 매물의 계약 만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올해 하반기 ‘역전세난’(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상황)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 전국에는 대규모 신규 입주 물량이 예정돼있어 하방 압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값 하락은 또 다시 매맷값을 끌어내리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위험이 높다.
30일 프롭테크 기업 ‘호갱노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 6개월 사이 전국에서 일어난 역전세 거래는 9만3714건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에서는 2년 전 평균 전셋값보다 하락 거래가 이뤄진 경우를 역전세로 분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역전세 위험 가구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기준 잔존 전세 계약 중 역전세 위험에 처해있는 가구수는 16만3000가구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월(5만6000가구)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상승장에 전세가격이 급등했다가 이후 벌어진 고금리와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성행이 겹치며 역전세난 사태가 벌어졌으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누적 전세가격은 올 들어 총 10.86% 하락했다.
이 같은 전세가격 하락세는 서울 최고 부촌으로 불리는 강남권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국내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2021년 10월 24억원에 전세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4일에는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11억5000만원 폭락했다.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84㎡는 2021년 10월 22억원에 연달아 전세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1일 13억원에 신규 계약되면서 9억원에 달하는 추락을 경험했다.
여기에 더해 전국에는 올해 하반기 16만가구에 달하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기다리고 있어 역전세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예정된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단지·연립 제외, 총가구 수 30가구 이상)은 16만5887가구로 올해 상반기(14만3351가구)보다 16%, 지난해 하반기(14만4886가구)보다 14% 각각 많은 물량이다.
이 같은 요소들이 더해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평균 전세가격이 최고가를 기록했던 2021년 매물의 계약 만료 시기인 올해 하반기, 역전세난 사태는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역전세난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2021년 지나친 가격 왜곡과 폭락으로 일어난 역전세난은 향후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1년 정도가 고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소장은 이어 "이후에도 역전세난이 계속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정부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을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지 않는 퇴거자금대출 프로그램을 실시해 출구를 만들어준다면 이를 예방하는데 상당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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