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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연체율↑' 미로에 갇힌 韓경제...은행권은 '돈 쌓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25 17:00

한은, 하반기 이후 회복속도 예상보다 둔화 전망



수출지표 개선 시그널 안보이고 경기방향성 안잡혀



연체율 불확실...은행권,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결정

이창용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대중수출, IT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고, 2분기에도 회복 모멘텀은 제한적인데다 하반기에도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코로나19로 대출 원금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이 이뤄지면서 현재 연체율이 가리키는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대내외 거시경제 불확실성, 금융부문 리스크 증대 등에 대비해 은행 및 은행지주사에 내년 1월부터 1% 수준의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적립할 것을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내렸다. 지난해(2.6%)보다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우리 경제가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가 지난 2월 1.6%로 낮췄다. 그러나 IT,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고, 중국 경제 회복 속도, 이로 인한 주변국 긍정적 효과도 예상보다 느리게 나타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하향 조정했다.

특히 한은은 하반기 이후 소비가 서비스 수요 지속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중국 리오프닝 영향, IT경기 부진 완화 등으로 점차 나아지겠지만 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IT 요인을 제외하면 우리 경제 성장은 1.8%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IT·반도체, 중국 이게 가장 중요한 요인인데, 데이터를 보고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회복할지는 못박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렇듯 우리나라와 미국 간에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p)까지 확대됐음에도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것은 경기 침체의 위험을 고려한 행보로 해석된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4억43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1% 줄었다. 월간 수출액은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했다. 대중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11개월째 이어가고 있고, 대중 무역수지 적자도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7개월째 적자 행진이다.

이를 종합해볼 때 대외경제를 둘러싼 우리 경제의 바닥을 좀처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수출’에서 개선의 시그널이 나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금리는 올랐고, 은행들이 대출 태도를 강화함에 따라 단순 수출지표만으로 바닥을 찍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올해 11월에는 조금씩 회복할 것으로 보지만, 현재 시점에서 향후 6개월간은 경기침체(리세션) 우려, 중소형 은행 추가 파산 여부 등으로 투자자들이 굉장히 불안할 것"이라며 "미국발 은행 위기가 일부 진정됐고, 은행들이 스스로 위험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이 중단된 것은 일단 다행이나, 마치 미로처럼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 지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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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감독원)


이렇듯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금융위는 은행, 은행지주회사에 대한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수준을 1%로 상향하기로 결의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는 신용공급에 따른 경기변동이 금융시스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은행권에 위험가중자산의 0~2.5% 범위에서 추가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2016년 국내 도입 이후 현재까지 0%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내외 거시경제 불확실성, 금융부문 리스크 증대, 잠재손실 현실화 가능성 등에 대비해 선제적 자본 확충을 통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3%로 1년 전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대출 원금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이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해당 지표가 가리키는 실제 효과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연체가 될 여신이 원금 상환 유예 등으로 연체계수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현재는 연체율에 대해 명확하게 계산하기가 어렵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당국의 생각은 일부 이해하지만,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외에도 경기대응충당금 명목으로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던 만큼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 결정이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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