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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망. |
2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자국에 유치하고 있다.
일본은 10년 이상 자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조건으로 기업과 상관없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첨단과 범용 반도체 모두 설비 투자의 최대 3분의 1을 지원하고 반도체 장비 및 소재는 최대 50%를 보조한다.
이에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AMAT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잇달아 일본 투자를 발표했다. 투자 총액만해도 약 19조원에 육박한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과 류더인 TSMC 회장,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CEO 등 세계 반도체 기업의 CEO들을 총리 관저에 초청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정부 차원에서 일본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이 면담에 대해 "경제 안보 측면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도"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300억엔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연구 관련한 거점을 조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삼성전자에 100억엔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시설에서 반도체 소자 조립과 시제품 생산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구성 재료의 개발과 검증 등에서도 일본 공급업체와 협력에 나선다.
TSMC는 구마모토·이바라키현에 1조2000억엔을 투자하면서 3분의 1이 넘는 4760억엔을 지원받았다. 히로시마에 D램 생산 라인을 신설할 계획인 마이크론도 5000억엔의 투자액 중 40%에 달하는 2000억엔을 보조금으로 지급받는다. 일본에 R&D 거점 신설 방안을 검토 중인 인텔도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수령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과 함께 반도체 생산 기반 재건을 꾀하고 있다. 해외 기업 유치에 그치지 않고 2027년까지 첨단 반도체 제조에도 직접 나설 계획이다. 일본의 8대 대기업이 함께 설립한 반도체 업체 라피더스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2나노급 첨단 반도체를 2027년까지 양산한다는 목표다.
한국도 올해 초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ASML,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 등 이른바 ‘빅4’ 장비 기업들을 모두 유치했으나 일본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일본은 반도체 장비 기업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종합 반도체 기업(IDM) 등을 유치하며 반도체 산업 강국을 목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으나 입지가 약화된 일본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규제에 참여하고 글로벌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유치하는 등 ‘반도체 강국’을 향한 여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한국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 국내 유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gore@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