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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제도가 수명을 다했다며 근본적 개편 의지를 밝혔다. 사진은 관련 내용 발언 모습. 국토부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 한게 아닌가 보고 있다"며 "(전세사기 특별법 등) 응급처방이 일단락되는 대로 본격적으로 잘못된 판을 수리하는 작업을 하겠다"며 대수술 의지를 밝혔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개선, 무자본 갭투자(전세끼고 주택 매입) 제한 등 대안이 나오고 있으나 근본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전세제도 새 판을 어떻게 짜야할지 관련 내용을 살펴본다.
◇ 원희룡, 전세제도 대수술 시사
17일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1월이면 국토연구원이 연구용역 중인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 연구’ 과제가 마무리된다. 연구결과를 반영해 주택 임대차 제도에 대한 종합적 개선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원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큰 틀에서의 임대차 3법 개정,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 맡겨놓은 ‘제3자 예치’(에스크로 계좌 제도), 거래소 도입 등을 언급하면서 관련 내용이 개선방안에 담길지도 관심사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먼저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신고제’를 1년 더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과태료 부과와 관계없이 신고율이 지속 올라가고 있으나 단편적 행정에 힘을 쏟는 것보다 근본적 개편에 무게를 두겠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원 장관이 언급한 전세금 에스크로 제도는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 지속 주장해왔던 방식이다. 세입자가 전세금을 집주인에게 바로 주는 것이 아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입금하면 HUG에서 안전성을 확인한 후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특히 HUG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세입자에게 갚아준 전세보증금이 8000억원을 넘어서며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에스크로 제도에 대한 관심이 더 부각되고 있다.
다만 에스크로 제도는 전세반환보증보험 수수료와 함께 추가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어 임대인의 전세 거부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증여나 편법, 실거래가 관리까지 모두 할 수 있는 거래소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쉽지 않다. 중·장년층의 정보 접근성이 우려되고, 또한 공인중개사의 역할 축소 등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 전세제도, 사회적 합의가 관건
‘전세 종말론’은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대란이 예고될 때 언급됐다. 급등하는 전세가격을 막기 위해서는 전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실제로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이 올라가고 갭투자가 발생하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깡통전세나 역전세로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전세제도에 대해 회의적 시선이 많아 폐지에 설득력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전세제도 폐지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방향이 될 수 없다. 전세제도를 통해 임대인은 무이자 레버리지로 주택을 매매할 수 있다. 임차인 입장에선 월세보다 낮은 전세대출 이자 등 주거비용 부담을 덜거나 주거 상향이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폐지에 대해선 정부가 쉽게 언급하기는 힘들다.
그나마 전문가들이 내세운 현실적인 대안이 전세대출 폐지이고, 원 장관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겸임교수는 "무리한 전세대출이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대출 한도를 크게 축소해야 한다"며 "나아가 전세대출 대신 정부의 주거안정자금 지원 방안 등으로 방향이 고민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전세가 사라지려면 ‘전세=사기’라는 공포 조장이 만연해야 가능한데 아직은 폐지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말 전세대출이 폐지되면 임차인이 월세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선 임차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지난해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총 170조에 달하고 있다. 여전히 거대한 전세시장을 어떻게 전환시켜 나갈지 뚜렷한 대책도 없이 전세제도가 소멸할 것처럼 발언한 것은 매우 경솔한 처사다"라고 지적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