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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에 무너지는 中 반도체 굴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17 14:24

중국, 작년 2조3천억원 보조금 지급…폐업률 68%로 급증



SMIC, 1분기 순이익 48% 급감…오포, 반도체 설계 중단



YMTC, 낸드 개발 차질…공급망 중국 자국화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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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

[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위태롭다. 미국의 강력한 대중 반도체 제재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지난해 특정 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 금지를 포함한 광범위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고 대중 제재를 강화한 바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업계에 약 2조3000억원의 보조금을 투입했으나 5746개의 중국 반도체 기업이 폐업했다. 이는 전년보다 68%나 증가한 수치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는 반도체 설계 자회사 제쿠를 돌연 폐쇄했다. 2019년에 설립된 제쿠는 자사 제품을 위한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는 애플의 사내 반도체 사업부와 유사하게 운영될 예정이었다.

오포는 제쿠 폐쇄 결정에 대해 "세계 경제와 스마트폰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짧게 이유를 발표했으나, 업계는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대중제재에 오포가 백기를 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제쿠의 폐업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회사들이 칩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이뤄졌다"며 "오포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의 사상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순이익도 급감했다. SMIC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다.

SMIC는 지난 11일 1분기 매출이 14억6000만달러(약 1조937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0.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8.3% 줄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중국 최대 낸드 제조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낸드 플래시 생산 계획에 차질을 겪고 있다.

YMTC는 지난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수출통제명단에 오른 바 있다. 이로 인해 YMTC는 128단 이상 낸드 수율 개선과 최신 3D 낸드 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다. 또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지난해 YMTC 낸드 구매를 취소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YMTC는 중국 본토 메모리 기업으로 사업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술 정체로 원가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잃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제재에 맞서 반도체 공급망 자립에 나서고 있다. YMTC는 최근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나우라 테크놀로지 등에 대규모 장비 발주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gor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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