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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폐선으로 수익성 방어·환경규제 대응 '두 토끼' 잡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15 17:17

선박해체 가격 ldt당 520~610달러… 2020년 대비 약 '2배'



2012년 연간 선박해체 최고기록, 내년부터 연속 갱신될 듯

부산항

▲부산신항에 접안해 있는 컨테이너 선박.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노후선박 폐선이 해운업계 수익성 방어와 환경규제 대응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선박해체 시 선사가 수령하는 철 스크랩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선사가 수령하는 선박해체 가격은 ldt(선박해체 시 지급하는 선가 단위) 당 520~610달러에 달한다. 이는 유례 없는 호황을 맞아 폐선량이 제로(0)에 수렴하던 지난 2년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오히려 폐선량이 꾸준히 유지됐던 2020년 선박해체 가격 ldt 당 300∼400달러보다 높은 가격이다.

선박 해체 시에는 선박을 하나의 ‘고철덩어리’로 보기 때문에 ldt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선박에 포함된 철강에 대한 공차 중량(순수한 기본 무게)을 구하는 것이다.

선박들은 고유의 ldt가 표시돼 있고, 이를 보증하는 증서를 가지고 있다. 통상 6만5000DWT급 파나막스 한 척을 약 1만ldt로 본다. 즉, 파나막스형 선박해체 가격은 2020년 300만달러(ldt 당 최소가격 기준)에서 올해 520만달러로 급등했다.

선박해체 가격이 오른 이유는 해체 시 발생하는 ‘철 스크랩’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며 철강 제품에 대한 탄소 감축을 강제하고 있다. 철강사들은 제품에 대한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전기로 기반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전기로에 들어가는 원료가 바로 철 스크랩이다.

이에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철 스크랩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철 스크랩 수출 규모를 축소했고, EU와 호주도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철 스크랩에 각각 40%와 t당 70유로에 달하는 수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선사들은 선박을 폐선할 때 선박 운영으로 인한 기대수익 대비 △수령할 수 있는 철 스크랩 가격 △노후로 인한 연비 감소 정도 △기타 정비에 필요한 부대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철 스크랩 가격 상승은 해운업계의 ‘수익성 방어’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현재 주요 해운 운임은 손익분기점을 끼고 횡보하고 있어, 해운사들은 선박 해체 시 얻는 이득이 더 많다. 선박 해체 시 수령하는 금액은 ‘환경규제 대응’에도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부터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시키는 것이 목표로 EEXI/CII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해당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비중을 늘려야 한다. 기존 노후 선박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선 탈황장치·엔진 개조 등 부대비용을 지불해야 하기에, 선박해체 가격 상승은 반가운 일이다.

이와 관련,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종전까지 연간 선박해체 최고기록은 2012년 5500만DWT였지만, 내년(7010만DWT)과 2025년(8000만DWT) 연이어 해체 최고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해운시황과 환경규제의 영향으로 향후 폐선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선박해체 가격 상승은 수익성 방어와 환경규제 대응에 도움일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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