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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인 10일 진보 정당의 불모지인 TK(대구·경북)을 찾았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났다. 이 대표의 행보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 1주년을 맞아 보수 텃밭을 흔들고 ‘친문재인’(친문)계를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대구시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은 "지난 1년간 경제는 추락하고, 안보는 무너지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며 "윤 대통령은 1년 내내 전임 정부 탓, 야당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4년 국정 역시나 지난 1년의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가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며 "민생 고통은 아랑곳 없이 초부자 특권 감세 정책을 강행했고, 불필요하게 주변국을 자극해서 경제위기, 안보위기를 자초했다"고 말했다.
또 "국정 파탄을 막기 위해서 정치 대화를 복원해야 하고 정치는 경쟁이어야 한다. 그런데 정쟁을 넘어서 아예 전쟁이 돼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총리와 내각의 대대적 쇄신도 이제 결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고위원회를 연 뒤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청에서 회동도 가졌다.
홍 시장과의 회동은 차기 여야 대선주자급 만남으로 해석되면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대표와 홍 시장은 여야 협치를 통한 국가균형 발전을 비롯해 대구·경북 신공항 조성과 달빛내륙고속철도 개통 추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홍 시장은 "민주당은 현안을 처리하는 게 속도감 있고 아주 빠르다"며 "그런데 우리(국민의힘) 당은 30여 년간 있어도 잘못해서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 전이라고 해서 서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진영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당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말씀하신 것처럼 정치라는 건 이해 조정"이라며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인데, 지금은 정쟁을 넘어 전쟁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홍 시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은 윤 정부의 국정운영에 협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윤 정권에는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며 "민주당에서 도와줘야 나라가 안정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금은 민주당이 거대 야당이 됐는데 과거 대통령과 국회 권한이 8대 2 정도였다면 지금은 5대 5 수준"이라며 "대등한 권력이 충돌하면 피해는 국민이 본다. 민주당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를 풀어가 주면 참 좋겠다"고 강조했다.
TK를 둘러본 이 대표는 곧바로 최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책방을 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당내 친문세력을 비롯해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을 다독인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가 TK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해 10월 대구 매천시장 화재 현장 방문 이후 7개월 만이다. 이 대표의 이번 방문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60억원 가상화폐 논란으로 위기에 직면한 당 내 잡음을 해소하고 TK 지역의 민심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TK 지역은 예로부터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며 집권 국민의힘에 각별한 곳이지만 최근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 두 달 만에 보수 민심이 다소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의 잇단 실언와 홍준표 대구시장 상임고문 해촉 등 지도부 리스크의 영향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발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대구·경북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50% 미만으로 추락하면서 48.4%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39.6%를 기록하면서 지난 주보다 9.2%포인트 급등하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그 방문 효과에 대해서는 ‘타이밍이 늦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방미와 민주당의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가상 화폐’ 논란이 겹치면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보수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