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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B기업 인근에 시위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독자제공 |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 집회·시위 현장의 혐오 표현과 왜곡된 사실에 근거한 주장 등에 대해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에 위치한 국내대기업 사옥 주변에서는 기업과 경영진 등을 비방하는 표현의 현수막과 띠줄, 피켓, 배너, 천막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광화문 A기업 사옥 앞에는 ‘범죄경영진 구속처벌’ 등의 명예훼손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남역 B기업 주변 현수막에는 정돈되지 않은 빨간색 글씨체로 ‘갑질하고 직무 유기하는 XX’ 등의 자극적 문구가 적혀 있다. 양재동 C기업 인근에는 기업은 물론 관할 구청까지 비방하는 ‘대기업 X개 노릇 XX구청’ 등의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해외 거래처 외국인 관계자들의 방문이 잦은 글로벌 기업 사옥이라는 점을 노려 상대방을 비방하는 내용을 영문으로 작성한 현수막과 특정인의 이름 및 사진을 노출시킨 설치물 등도 있다.
수년째 시위에 시달리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사옥 주변 시위는 이미 시시비비가 가려진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허위 주장을 근거로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떼를 쓰는 경우가 많다"며" "현행법 상에서 기업은 마땅한 대응책 없이 고스란히 피해를 감당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10년 이상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A씨는 혐오 표현 사용 등 무분별한 시위 방법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지만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법원은 A씨의 혐오 표현과 사실왜곡을 견디다 못한 기아가 자구책으로 진행한 소송에서 ‘세계적XX 기업, 고소고발 남발한 OO기업,Global company Kia Motors is a corrupt and inhumane company’ 등의 문구와 장송곡 등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A씨의 시위 행태는 변하지 않고 있다. 문구만 조금 수정된 현수막이 내걸려 있고 명예훼손과 인격모독성 비방 및 욕설 등도 여전하다. 출퇴근 시간에는 장송곡을 대신한 운동가요가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재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회 및 시위의 목적과 성격, 방식 등이 달라진 만큼 그에 걸맞은 집시법 개정 등 적절한 규제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헌법에서 보호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집회시위 방식을 제한하고 국민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집회 시위 현장의 혐오 표현 등을 규제하는 다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집시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돼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 영역을 넘어 공공의 질서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집회 또는 시위가 일상화되고 있다"며 "성숙한 집회 및 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 달라진 시대 상황이 반영된 집시법 개정 등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ji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