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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에 대우그룹 완전 해체, 곳곳서 새사명으로 ‘재도약’ 본격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02 14:44

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인수···車·건설 등 ‘정상화 모드’



중남미 등서 ‘대우’ 존재감 여전···"상표권 수익 年 9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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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전경. 한화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세계 경영’으로 글로벌 시장을 누비다 해체된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재도약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 품에 안기며 주력사 전체가 새 주인을 맞이했다. 우리 경제를 강타했던 ‘외환위기’ 후폭풍이 24년만에 잦아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이르면 이달 중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유상증자 참여, 정관 및 사명 변경, 이사 선임 등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조건부 승인’ 안을 수용 했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그룹사 5곳이 대우조선해양주식 49.3%를 취득하게 된다. 1999년 그룹 해체 24년만에 대우 계열사 모두가 각사의 길을 걷는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대우그룹은 1967년 대우실업으로 출발했다. 고(故) 김우중 회장의 지휘 아래 재계 서열 2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98년 기준 계열사만 41개, 해외법인은 600여개에 달했다. 당시 대우그룹의 수출액은 186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4%를 차지했다. 다만 외환위기가 터지며 유동성 위기를 맞자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하며 대우그룹 시대는 막을 내렸다.

각 회사들은 이후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특히 시끄러운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대우그룹이 1997년 인수한 쌍용자동차는 중국 상하이차, 인도 마힌드라 등을 대주주로 맞이하며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넘어간 대우차(한국지엠) 역시 군산공장 폐쇄 등 위기를 겪다 혈세 8000억원을 수혈받았다.

산업은행 관리 아래 있던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은 몸집이 큰 탓에 인수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대우건설의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 몰락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는 중흥건설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과 합병이 무산된 이후 마지막까지 표류하다 이제야 안정을 찾게 됐다는 분석이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정상화 모드’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이들 회사의 공통점이다. 한국지엠은 창원공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신형 트랙스 등 전략 차종을 생산하며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쌍용차는 KG그룹으로 소속을 옮기고 ‘토레스’ 등 신차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가고 있다.

대우건설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푸르지오’ 등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앞세워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분식회계 등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던 대우조선해양도 조선업 호항 사이클 속 꾸준히 수주 잔량을 채워가고 있다.

다른 기업들은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내실을 다져왔다. 대우중공업 철도차량 부문은 2001년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가 현대로템이 됐다. 종합기계 사업부는 2005년 두산그룹에 인수돼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인프라코어)로 새출발 했다. 이밖에 ㈜대우의 무역 부문은 포스코인터내셔널, 대우전자는 위니아,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증권, 대우백화점은 롯데백화점으로 탈바꿈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대우’ 간판을 뗀다는 사실에도 재계 이목이 쏠린다. 앞으로 국내에서 ‘대우’ 이름을 쓰는 회사는 대우건설과 타타대우상용차 정도가 남는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여전히 대우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중남미, 중동 등에서는 로열티를 내며 이 브랜드를 쓰는 기업들이 많다. 상표권을 가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에만 이에 따른 수익을 91억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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