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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 시점에서는 조사가 어렵다는 검찰 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두를 강행했다.
선제적 자진 출두를 통해 검찰의 구속영장 가능성을 낮추고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여론전을 위한 보여주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송 전 대표는 2일 오전 9시 59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검사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청사 로비에서 돌려보냈다.
송 전 대표는 수사 불발 직후 "귀국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며 "검찰은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생털이 먼지털기식 별건 수사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인격살인을 하는 잔인한 검찰수사 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소환 통보가 없었는데도 출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파리 경영대학원 교수로 임용돼서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을 검찰이 사실상 소환한 게 아니냐"며 "일주일째 수사도 하지 않고 있는데 파리 경영대학원에서는 언제 돌아올 수 있는지 계속 문의가 온다. 내년 6월에는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로 되어있다. 이런 문제를 협의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돈 봉투 살포 자체가 없다는 입장인지 아니면 있었는데 몰랐다는 입장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저도 모르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이 소환해서 조사할 것"이라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저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고 기소가 된다면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답했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 격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가 돈봉투 자금 출처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먹사연은 제가 고문으로서 저의 정책적인 싱크탱크 역할하고 있는 국가 사단법인으로 승인된 공적인 조직이다"며 "회계 장부를 압수해갔으니 투명하게 분석해서 관련 없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연구소 회계 담당자인 박 모씨를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해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이라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아무도 생각할 수 없었다"며 "피의자도 아닌데 그 분의 출국 정보가 언론에 보도됐다는 것은 법무부 출입국관리 사무소나 권력기관이 언론기관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로 관련자에 대한 고소를 할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송 전 대표가 자진출석 카드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4일 인천공항에서 귀국할 당시에도 송 전 대표는 "오늘이라도 소환하면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하겠다"며 ‘26일’ 날짜를 특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의 거듭된 자진 출석 요청에 대해 검찰의 구속영장이 나올 가능성을 낮추려는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자진 출두로 직접 보여주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자진 출두를 통해 여론의 이목을 끌어서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읽힌다.
송 전 대표가 검찰에 자진 출두한 것에 대한 정치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집권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송 전 대표는 돈 봉투 게이트로 궁지에 몰리자 느닷없이 언론을 통해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한다"며 "어떤 범죄 피해자도 자기 마음대로 수사 일정을 못 정하는데 이는 특권 의식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듯하나, 실제로는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민주당 돈 봉투 게이트는 얄팍한 ‘출두 쇼’로 덮을 수 없는 국민적 공분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책임지겠다고 하는 자세는 보이지만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국민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가나?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그때 부를텐데’ 뭐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송 전 대표의 자진 출두에 대해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보여드림으로써 구속영장 기각 명분의 쌓으려는 포석을 둔 것 같다"고 말했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