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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 사진=김유승 기자 |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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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유승 기자] 전세계 우주산업 시장이 매년 성장을 거듭하면서며 내년에 1조 달러 규모까지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첨단 우주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나라마다 막대한 재정과 기술인재를 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들도 우수한 우주산업기술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우주산업기술 개발 스타트업의 하나로 오는 10월 자체 제작 초소형 위성 발사를 앞두고 있는 나라스페이스(NARA SPACE)가 주목받고 있다. 위성 발사에 성공하면 국내 우주기술 스타트업 최초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나라스페이스는 100㎏ 미만의 초소형 위성을 제작하고, 지구관측 위성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 저감·도시 관리·작황 등 관련 친환경 솔루션을 제공하는 우주기술 빅데이터 회사이다.
위성을 제작하는 창업기업으로 출발해 현재는 위성영상의 활용이나 영상 기반 비즈니스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즉, 위성 및 위성 부품 제작, 위성이 관찰한 영상 서비스와 영상을 분석해 나오는 부가가치솔루션 서비스까지 위성과 관련된 전 과정의 기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이다.
실제로 위성 및 위성 부품 제작 분야에서 부산시와 한국천문연구원의 주도로 내년 하반기 발사 예정인 해양관측 초소형 위성 ‘부산샛’의 체계 종합관리와 본체 개발을 맡은 성과를 거뒀다.
또한, 지난해 6월 발사된 누리호의 성능검증위성 동체에 실린 영상관측부품의 카메라비디오 시스템도 나라스페이스가 제작했다. 특히 해당 카메라비디오 시스템의 주요부품인 시스템 제어 중앙처리장치 ‘온보드 컴퓨터’는 우주에서 무사작동 성능을 발휘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카탈로그에 기재될 정도로 나라 스페이스의 높은 기술력은 국내외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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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스페이스의 연구원이 위성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위성을 통한 지구관측 자료 빅데이터 시대가 오고 있다"며 "연평균 성장률 20%에 육박하는 우주 빅데이터 시장을 위해 수백 대 위성에서 보내는 영상을 처리하는 AI(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발사 예정인 초소형 위성에 관심을 갖고 개발에 나선 이유는 위성이 전 지구를 실시간으로 관측하기 좋아 그만큼 쓰임새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나라스페이스가 위성용 데이터 서비스 ‘어스페이퍼’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는 기술 노하우를 다른 위성이 아닌 자체제작 위성으로 실현한다는 의미도 크게 작용했다.
어스페이퍼는 다양한 위성 데이터 활용도 가운데 환경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위성에서 보내주는 지구의 탄소배출 모니터링과 식생·바이오메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탄소 흡수량 파악 및 저감 같은 친환경 솔루션을 제공해 준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변화를 통한 친환경 발전량을 유추하고, 도시의 녹지 현황과 탄소흡수량을 평가하는 도시건강성·수질오염·재난재해·글로벌 작황분석 등 다양한 환경 정보를 수요자에게 제공한다. 위성 데이터는 넓은 범위의 환경 변화를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만큼, 자료를 모으고 가공해 소비자들이 쉽게 쓸 수 있게 한다는 게 나라스페이스의 목표이다.
박 대표는 "우주데이터를 쓰지 않던 곳들에서도 우주데이터를 사용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며 쉽고 직관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차별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 나라스페이스는 해외사업을 추진 중이며, 특히 유럽시장 진출에 힘쏟고 있다. 탄소국경 조정세 등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은 유럽 시장에 나라스페이스의 기술과 제품이 상대적으로 진출하기 쉬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질오염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박재필 대표는 국내 우주산업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시작 단계에 머문 척박한 우주산업 생태계와 연구기술 개발·인재 양성 등 필요한 인프라 지원 부족을 꼽았다.
"국내에 우주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정부의 우주 지원사업은 대개 중장기여서 2∼3년 내 빠른 성과를 보여야 하는 스타트업들이 지원을 받기 쉽지 않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해외 국가들이 초기 지원에 정책 순위를 두고 정부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지원도 외국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