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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몰락한 귀족 집안과 당대 시대 의식을 시적이고 아름다운 문체로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지는 해’라는 제목에서 스러져가는 존재의 쓸쓸함이 연상되지만, 이 소설은 삶의 허망함 속에서도 생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아름답고 꿋꿋한 한 인간의 얘기다.
귀족 집안의 딸 가즈코는 아이를 사산하고 남편과 이혼한 후 어머니가 홀로 계신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가 마주한 현실은 과거에 누렸던 지위와 특권을 잃고 생활까지 녹록지 않아 암울하기만 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전쟁에서 돌아와 방황을 일삼던 남동생 나오지마저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가즈코는 좌절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현실을 타파해 혁명을 꿈꾸고 생의 씨앗을 품는다.
사후 출간된 ‘인간 실격’과 달리 ‘사양’은 다자이 오사무 생전에 출간돼 종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초판이 출간되자마자 1만여 부 이상 판매된 것은 물론 몰락한 집안과 사람들을 일컫는 ‘사양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에 더해 지금은 기념관이 된 다자이 오사무의 생가를 당시 ‘사양관’이라고 불렀다고 하니 신드롬급 인기였으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설국’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다자이 작품들을 혹평했던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작품이 바로 ‘사양’이라고 전해진다. 야스나리는 ‘사양’에 대해 "다자이 오사무 작품 중에서 여성을 가장 탁월하게 그려낸 역작"이라고 말했다.
오유리가 번역한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은 문예출판사 에디터스컬렉션으로도 출간됐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