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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에서 반도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반도체 업계에서 업황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주요 기업이 반도체 재고 안정화 흐름을 근거로 올해 하반기 시장이 반등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서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가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세계 D램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고객사 반도체 재고가 점차 안정화하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마이크론은 올해 회계연도 2분기(2022년 12월∼2023년 2월) 매출은 36억9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하고 20억81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사 재고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으며 업계 수요와 공급 균형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는 장기적인 수요를 확신하며 기술과 제품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중하게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또 데이터센터 고객 등 서버 시장에서는 연말 재고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데이터센터 고객 재고 수준은 올해 말에는 건전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확산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대폭 늘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CEO는 "메모리 반도체는 2025년 기록적인 성장을 보이고 이후에도 산업 성장세를 능가할 것"이라며 "최근 AI 발전이 상당한 메모리 반도체와 저장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올해 하반기 경영 환경이 상반기보다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 상반기는 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 지속과 재고 조정 기조가 계속되며 도전적인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시장 규모 전망치는 상반기 대비해 10% 수준 상승한 620억달러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직접적인 경제회복 효과로 이어지진 않은 상황이나 하반기에는 경기 부양정책이 정보기술(IT) 수요 증가로 이어져 가시적인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D램은 서버용으로 출시된 차세대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되고 반도체 제조사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생산량 축소에 따라 재고도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부회장은 "신규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에 따른 DDR5 세대교체로 인한 수요 증가를 전망한다"며 "공급 측면에서는 메모리 업체 공급량 조절 효과가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고객 재고도 점차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3분기부터 D램 수요가 공급을 1.91% 상회하고 연말에는 5.8%로 회복세가 가시화한다는 해석이다.
업계는 반도체 감산 효과에 더해 스마트폰과 IT 시장에서 근본적인 수요 회복세가 나타나야만 본격적인 메모리 시장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재고량이 워낙 많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한 상황"이라며 "주요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살아나는 시점에 본격적으로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